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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한하운 15

시) 시인 김영랑 作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오매 단풍 들것네, 내 마음을 아실 이

시인 김영랑 詩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어느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르러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은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이상 作 거울, 꽃나무, 절벽, 오감도

이상 詩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 하야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절..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이호우 作 개화, 난, 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詩 개화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난 벌 나빈 알 리 없는 깊은 산 곳을 가려 안으로 다스리는 청자빛 맑은 향기 종이에 물이 스미듯 미소 같은 정이여. 살구꽃 핀 마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 이호우. 1912 - 1970. 경북 청..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노천명 作 사슴, 남사당,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詩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남사당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를 땋아내린 사나이 초립에 쾌자를 걸친 조라치들이 날라리를 부는 저녁이면 다홍치마를 두르고 나는 향단이가 된다. 이리하여 장터 어느 넓은 마당을 빌어 램프불을 돋운 포장 속에선 내 남성이 십분 굴욕되다. 산 너머 지나온 저 동리엔 은반지를 사주고 싶은 고운 처녀도 있었건만 다음 날이면 떠남을 짓는 처녀야! 나는 집시의 피였다. 내일은 또 어느 동리로 들어간다냐. 우리들의 도구를 실은 노새의 뒤를 따라 산..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장만영 作 달 포도 잎사귀, 비, 소쩍새, 길손

장만영 詩 달, 포도, 잎사귀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덩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비 순이 뒷산에 두견이 노래하는 사월달이면 비는 새파아란 잔디를 밟으며 온다. 비는 눈이 수정처럼 맑다. 비는 하이얀 진주 목걸이를 자랑한다. 비는 수양버들 그늘에서 한종일 은빛 레이스를 짜고 있다. 비는 대낮에도 나를 키스한다. 비는 입술이 함씬 딸기물에 젖었따. 비는 고요한 노래를 불러 벚꽃 향기 풍기는 황혼을 데려온다. 비는 어디서 자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순이 우리가 촛불을 밝히고 마주 앉을 때 비는 밤 ..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윤동주 作 십자가, 자화상, 또 다른 고향

윤동주 詩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읍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읍니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윤동주 作 서시, 별헤는밤, 참회록

윤동주 詩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김종문 作 샤보뎅, 첼로를 켜는 여인, 의자

김종문 詩 샤보뎅 하늘에서 모래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간은 바람결에 소리를 내며 이루고 있었다. 평원과 산을 생각하는 모래알처럼. 인간이 죽어간 폐허 위에 집을 지으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생각하며. 사막에서 떠나 살 수 없는 체념에서 해골바가지를 들고 오아시스를 찾는 여정을 더듬어 가고 있었다. 태양이 흘리며 간 적은 피자국들은 뉘의 눈에도 뛰우지 않았다. 태양의 유형처럼. 하늘에서 모래알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도, 땅도, 사막 저 멀리 사막 사이를 가고 있었다. 검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운 여인이. 첼로를 켜는 여인 무대는 여인의 차지다. 부푼 유방, 파인 허리, 부푼 만삭, 긴 머리채로 가리우고, 긴 팔로 가리우고 진동하는 저음, 아가의 고성을 묻고, 비트는 긴 모가지,..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이동주 作 강강술래, 혼야

이동주 詩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애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뉘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 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쓰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혼야 금슬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인데 칠보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오이다. 어른일사 원삼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쩡화가 스스로와...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 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김소월 作 접동새, 못잊어, 가는길, 왕십리, 가막덤불, 풀따기

김소월 詩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

배움/시 201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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