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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76

시) 시인 김상용 作 남으로 창을 내겠소, 향수

시인 김상용 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깔 이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향수 인적 끊긴 산 속 돌을 베고 하늘을 보오. 구름이 가고, 있지도 않은 고향이 그립소. ------------------------------------------------------------------- 시인 김상용. (1902 – 1950). 소개 설명 경기 연천 출생. 호는 월파. 이화여전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35년 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첫시집 (1939)에 ‘남으로 창을 내겠소’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집을 통해 명랑하고 관조적인 시세계를 깔끔한 필..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오일도 作 5월의 화단, 누른 포도잎

시인 오일도 詩 5월의 화단 5월의 더딘 해 고요히 나리는 화단 하루의 정열도 파김치같이 시들다. 바람아, 네 이파리 하나 흔들 힘 없니! 어두운 풀 사이로 월계의 꽃 조각이 환각에 가물거린다. 누른 포도잎 검젖은 뜰 위에 하나 둘... 말없이 내리는 누른 포도잎. 오늘도 나는 비 들고 누른 잎을 울며 쓰나니 언제나 이 비극 끝이 나려나! 검젖은 뜰 위에 하나 둘... 말없이 내리는 누른 포도잎. ------------------------------------------------------------ 시인 오일도. 1901 - 1946. 소개 설명 경북 영양 출생이며, 본명은 희병이다. 서울에서 중학교편을 잡으며 시단에 등단, 1935년 지를 창간하여 5호까지 주재했다. 시문학파의 흐름을 받아 우수어..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김현승 作 눈물, 플라타나스(플라터너스), 가을의 기도,절대고독

시인 김현승 詩 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는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플라타나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 덧 파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내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너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나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김용호 作 주막에서, 눈오는 밤에

시인 김용호 詩 주막에서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의 슬픈 노정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 있는 송덕비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빗긴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눈오는 밤에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 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신석초 作 고풍, 바라춤

시인 신석초 詩 고풍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이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유치환 作 깃발, 바위, 생명의 서, 그리움, 의주길, 춘신

시인 유치환 詩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수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에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신석정 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산수도, 추석, 임께서 부르시면

시인 신석정 詩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빛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이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밤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김광섭 作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

시인 김광섭 詩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인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꽈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이육사 作 자야곡, 꽃, 호수, 황혼

시인 이육사 詩 자야곡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 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날려 항구에 돌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절여 바람 불고 눈보라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소리 숨 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노라.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순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움직거려 제비떼 까맣..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이육사 作 청포도, 광야, 일식, 절정

시인 이육사 詩 청포도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며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리.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

배움/시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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