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고전)다산 정약용의 시 3

올드코난 2010. 7. 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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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7. 
여름철에 죽란사에 모여 활 쏘는 데 대하여 지은 시 〔
夏日竹欄小集射韻

 

散漫愁長夏   어수선한 긴 여름 날게 걱정이고

支離因赫炎   지루한 불볕더위도 곤혹스러워

風寂歷   바람이 너무 없어 지랄이지

時見雨廉纖   가끔은 비도 잘금잘금 내리지만

擺睡頻移    잠 쫓으려고 자주 자리 옮기고

抛書懶閱籤   책 던져버리고 잘 보지 않는다네

無綠辭病    목마른 병을 풀 길이 없고

未暇養心恬   마음 편안히 할 겨를도 없어

韻事文房故   시 짓는 것 문방에서 하는 일이기에

親朋雅契僉   다정한 벗 여럿이 모임 가졌지

東方工射覆   동쪽 사람들은 사복을 잘하고

蜀客衒惟占   촉객들은 점 잘친다고 뽐냈다네

賭勝皆徵勇   내기에 이기려고 모두 용자를 징발했기에

分曹盡執謙   분조에서는 다 겸손한 태도였다

猜疑心似    시기하는 심통들 원숭이 비슷하고

朋比眼如    제 편 성원하는 눈들 가자미 눈알 같아

逞氣雙肩聳   기 쓰느라고 두 어깨가 불끈하고

防奸衆口箝   간사함 막으려고  입 다물게 하여

書緘遼塞    서신 봉함도 국경지대 봉하듯 하고

字禁雪堂嚴   문자 금지도 눈 속 집같이 살벌했지

尺霧迷天鏡   두꺼운 안개가 하늘을 덮고

孤雲蔽月鎌   외로운 구름 반달을 가리울 때

對頭工抵悟   머리맡에서는 치받기 연습을 하고

邊角逞窺    변두리에선 힐금힐금 엿본다네

半露蠅頭細   절반쯤 드러난게 파리대가리 같고

微分燕尾尖   살짝 갈라진 것 제비꼬리 모양이야

敲推胸結    가슴이 결리도록 손질을 하고

磨啄口藏    입에서 헛소리 날만큼 다듬는다

曠野多    넓은 들에는 갈림길이 많고

危場費顧瞻   위험한 곳에선 자주 살펴야 하듯이

 賁猶示    유분도 보면 겁을 내고

夷惠亦忘廉   이혜도 역시 염우를 잊을 지경이라네  

 敵頻游目   적정 염탐하느라 눈을 자주 놀리고

硏思但    생각에 잠겨 수염만 쓰다듬기도

 

泰山還易拔   차라리 태산을 뽑는게 쉽지

丸土奈堅    자그마한 흙덩이를 굳게 붙일 수 있겠는가

無那齊餘    제 나라는 거땅만 남아 별 수 없었는데

何由屈問詹   굴원이 첨윤에게 물을 것 있겠는가

驀來神恍恍   줄곧 와서 정신이 황홀하고

竊獨喜沾沾   새록새록 혼자서 기쁘다네

摺紙防旁何   종이 접어 곁에서 엿보는 걸 막고

抽毫戒預拈   붓을 빼들고 미리 집는 걸 경계한다

四筵惟氣色   자리마다 기색만 서로 살피다가

平地起嗔嫌   화를 내는 평지풍파 일기도 하고

曳白猶持鷸   점수 하나 못 따고서 버티기도 함

飛黃笑殿蟾   용마는 두꺼비를 비웃는다네

試圍齊納卷   시위에서 시권을 모두 거두어들여

軍簿各塡簽   군부에다 각기 성명을 기입하면

赤岸粉飛葉   창고에선 상품이 쏟아져나오고

靑樓始卷簾   청루에서도 발을 걷기 시작한다네

碁收初見罫   바둑알을 치워야 판의 정간이 보이고

痂落憶遭    딱지가 떨어지면 침 맞을 때 생각나듯이

百中才堪羨   백발백중이면 얼마나 부러울까

交馳氣益    말 달리는 기판도 더욱 잽싸고

始如爭穴鼠   처음에는 구멍 두고 싸우는 쥐들 같다가

今笑上竿鮎   지금은 낚시에 걸려든 메기보고 웃는다네

解渴催瓜碗   갈증 풀기 위해 외 담긴 주발 찾고

分籌問酒    산가지 나눠 들고 술집도 묻는다

消搖以遣日   이리 거닐면서 날 보내도록 하면

名士得留淹   명사들도 묵어 가게 할 수 있지



8. 
고의 〔
古意

 

洌水流不息   한강수 흘러흘러 쉬지 않고

三角高無極   삼각산 높아높아 끝이 없는데

河山有遷變   산하는 차라리 변할지언정

朋淫破無日   무리진 못된 것들 깨부실 날이 없네

一夫作射工   한 사람이 중상모략을 하면

衆喙遞傳驛   뭇입들이 너도나도 전파하여

 邪旣得志   편파스런 말들이 기승을 부리니

正直安所宅   정직한 자 어디에 발붙일 것인가

孤鸞羽毛弱   봉황은 원래 깃털이 약해

未堪受枳棘   가시를 이겨낼 재간이 없기에

聊乘一帆風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을 타고서

香香辭京國   멀리멀리 서울을 떠나리라네

放浪非敢慕   방랑이 좋아서는 아니로되

濡滯諒無益   더 있어야 무익함을 알기 때문이야

虎豹守天    대궐문을 호표가 지키고 있으니

何繇達衷臆   무슨 수로 이내 충정 아뢰오리

古人有至訓   옛 분이 교훈 남기지 않았던가

鄕愿德之賊   향원은 덕의 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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