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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심야편지深夜便紙, 심야편지 深夜便紙2

올드코난 2010. 7. 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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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3      너와 나

심야편지 深夜便紙

  

 매일의 일기를 적어서 편지로 띄우리

 그대의 주소는 몰라도 된다 PC통신에 편지를 올리면

 세상 어디쯤에서 그대는 그걸 읽고 느끼리

 어제는 차를 몰고 광능내를 갔었네

 나무 사이사이마다 그대의 다정한 숨결이

 아직도 남아 바람으로 일고 우리의 시작이

 저 키 큰 나무 아래서 걸어오고 있었네

 그들은 낙엽 속으로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이지 않았네

 그리고 그들은 나오지 않았어 아 그게 언제였드라

 누군가에게서 편지가 온다

 10년이나 전에 입술을 덜덜 떨며

 나도 그곳에 있었어요 비가 내리고 무척이나 추웠었죠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의 추억은 너무도 깊어

 쓰디 쓴 맛이 나는 것 같소

 이따금 사랑방에서 만나 대화를 나눕시다

 또 누군가에게서 편지가 온다

 시시껄렁한 이야기 좀 그만두라

 예전에 그런 연애 안해 본 놈 있으면 나오라구 그래 알간

 나는 사랑방을 드나들면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그대는 오지 않으리란 것을

 오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나는 편지를 쓰고 또 쓰며 차츰

 절실한 것이 무엇이란 것을 알아 가네

 

 이제 너에게로 가는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얼마나 깊은 강을 건너야 하나

 이제 와서 피어오르는 안타까운 아지랑이는 다 무엇인가

 그날 한계령 언덕에서 우리는 보았다

 한 물방울이 동과 서로 나뉘어져 가는 것을

 졸졸졸 흐르는 물 구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바다가 등을 돌리며 운명을 달리하여

 눕는 것을

 그후 우리는 다른 바다를 살지만

 사랑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안다

 나는 오로지 너를 사랑하고 너를 기다리고 너를 추억한다

 나는 다시 밤마다 일기를 적고 시를 적어 너에게 보낸다

 

 

 머리 속에서 불꽃은 피어 타는 냄새가 난다

 그리고 마침내 그대에게서 편지가 온다

 당신의 편지를 처음부터 다 보았어요

 당신은 항상 저를 넘쳤었죠

 지금도 그러하리란 걸 나는 알아요

 우리는 서로 다른 바다를 살고 있는 걸요 왜 기억나시죠

 한계령에서 갈라진 한 물방울 말이에요

 우리는 연어처럼 그리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거죠

 언젠가 다른 세상이 오면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연어의 산란기는 아직도 멀었나봐요

 

심야편지 深夜便紙2

  

 창밖에 일렁이는 저 나무는 종일을 저렇게

 춤을 춘다 나도 누군가 들여다보면 종일을 그러하리

 나는 종일을 하릴없이 벼게를 베고 누워서

 나무만 본다 하늘은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비오는 소리는 고즈넉한데 젖어서 춤추는 나무가 그립다

 마주 바라보면서도 나무도 내가 그리워 춤추며 온다

 그래 나도 비를 맞으며 나무처럼 서 있으리 일어나리라

 나는 비안개 밖으로 키를 세우고 나무되어 서 있으리

 나무와 함께 있거나 나무 안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저 나무들은 떼를 지어 지나가리라 나를 꿈꾸며

 길길이 머리를 풀고 나를 일렁이며 지나가리라

 뿌리를 더욱 깊이 박으며 새들이 둥지 속으로 내려오고

 이제 어둠이 밀물져 오고 창밖에 나무는 보이지 않고

 어둠은 어둠인 체로 무수한 소리를 내는구나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채 나무야 너는 어디 서 있냐

 누군가 창문을 열고 소리친다

 네 뿌리를 베고 누워서도 나무야 나는 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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