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최남선 - 해에게서 소년에게, 봄길

올드코난 2010. 7. 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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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作
   

 
해에게서 소년에게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봄 길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

  찬 비라 할지라도 잉의 사랑 담아 옴을

  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수가 있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에 쫓겼관대

  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떡이나.

  떼봄이 쳐들어 와요, 더위 함께 옵데다.

  저 강상 작은 돌에 더북할쏜 푸른 풀을

  다 살라 욱대길 제 그 누구가 봄을 외리.

  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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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1890 – 1957) 신문학 3대 천재 중 한 분

서울 출생, 호는 육당,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신문화 운동의 선구자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학 잡지 <소년> <새별> <청춘> 등을 발간

개화기 문화운동에 공이 크며 기미독립 선언문을 기초

주요 저서 <백팔번뇌><조선역사> <역사일감> <시조유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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