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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광수 作 붓 한 자루, 서울로 간다는 소, 이광수 약력

올드코난 2010. 7.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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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詩

붓 한 자루

 

  붓 한 자루

  나와 일생을 같이 하란다.

 

  무거운 은혜

 

  인생에서 얻은 갖가지 은혜,

  언제나 갚으리

  무엇해서 갚으리 망연해도

 

  쓰린 가슴을

  부둠고 가는 나그네 무리

  쉬어나 가게

  내 하는 이야기를 듣고나 가게.

 

  붓 한 자루야

  우리는 이야기나 써볼까이나.

 

 

서울로 간다는 소

 

  깍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른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고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망정

  새끼 둔 고산 땅, 소는 다시 못 오네.

 

  안변 고산의 넓은 저 벌은

  대대로 네 갈던 옛터로구나.

  멍에에 벗겨진 등의 쓰림은

  지고 갈 마지막 값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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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1892 - ?.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중퇴. 와세다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소설 ^6 236^무정^356 3^을 발표하는 등

육당과 더불어 우리나라 신문화 여명기의 개척자. 시집으로 <춘원시가집>

있으며, 6.25 때 납북되어 생사불명.

출처:<한국인의 애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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