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시인 이상 作 거울, 꽃나무, 절벽, 오감도

올드코난 2010. 7.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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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詩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

하야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절벽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처거

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

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

-보이지도않는꽃이.

 

 

     오감도 (시제 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

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

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

가내꿈의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그러나거울속

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영오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오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

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

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르치었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러나

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

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

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

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

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내가악수조차할수없는두사람을봉쇄

한거대한죄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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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 (1910 - 1937) 소개 해설
서울 출생. 본명은 김해경. <조선과 건축>에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여,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다.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를 연재하다가 각계의 비난을 받고 중단(1934)했고, <조광>에 단편소설 날개를 발표(1936)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암담한 생활에 대한 회의로 일본에 건너갔다가 지병인 폐환으로 27세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유작으로 <이상전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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