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시인 신석초 作 고풍, 바라춤

올드코난 2010. 7. 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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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석초 詩


고풍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이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 어리는 형역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처럼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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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석초. 1909 - 1976. 소개 설명

충남 서천 출생. 본명은 응식이며 일본 호오세이 대학에서 수학했다. 1935 <자오선> 동인으로 시를 쓰기 시작, 한때 발레리에 심취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신석초시집> <바라춤>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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