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詩
별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가
기웃이 도는데 !
청려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잠재기 노래 엇이도
잠이 들다.
소곡
물새도 잠들어 깃을 사리는
이 아닌 밤에,
명수대 바위틈 진달래꽃
어찌면 타는 듯 붉으뇨,
오는 물, 가는 물,
내쳐 보내고, 헤어질 물
바람이사 애초 못믿을손,
입맞추곤 이내 옮겨가네.
해마다 제철이면
한등걸에 핀다기소니,
들새도 날러와
애닯다 눈물짓는 아침엔,
이울어 하롱 하롱 지는 꽃닢,
설지 않으랴, 푸른물에 실려가기,
아깝고야, 아기 자기
한창인 이 봄ㅅ밤을,
초ㅅ불 켜들고 밝히소.
아니 붉고 어찌료.
예장
모오닝 코오트에 예장을 갖추고 대만물상에 들어간 한
장년신사가 있었다 구만물 위에서 알로 나려뛰
었다 웃저고리는 나려가다가 중간 솔가지에 걸리여
벗겨진 채 와이샤쓰 바람에 넥타이가 다칠새라 납족
이 엎드렸다 한겨울 내-흰 손바닥 같은 눈이 나려
와 덮어 주곤 주곤 하였다 장년이 생각하기를 (숨도
아이에 쉬지 않어야 춥지 않으리라)고 주검다운 의
식을 갇추어 삼동 내-부복하였다 눈도 희기가 겹
겹이 예장같이 봄이 짙어서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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