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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詩
카페,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빛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 간다.
*
(옹 패롵 서방 ! 꿋 이브닝!)
(꾿 이브닝!)(이 친구는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밤에도
경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따알리아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순하여다오.
암사심 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흰 뭇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 나온 따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따알리아.
홍춘
춘나무 꽃 피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아이들 제춤에 뜻없는 노래를 부르고
솜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 졸음조는 마을길에 고달퍼
아름 아름 알어질 일도 몰라서
여윈 볼만 만지고 돌아 오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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