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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詩
홍역
석탄 속에서 피여 나오는
태고연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
12월 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유리도 빛나지 않고
창창도 깊이 나리운 대로-
문에 열쇠가 끼인 대로-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이 척촉처럼 난만하다.
비극
(비극)의 흰얼굴을 뵈인 적이 있느냐?
그 손님의 얼굴은 실로 미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심방에 사람들은 부
질없이 당황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취가 얼마나 향그럽기에
오랜 후일에야 평화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
줄을 알았다.
그의 발옮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시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묵이 말러 시가 써지지 아니하는 이 밤에도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잇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드린 일이 있기에
혹은 이밤에 그가 예의를 갖추지 않고 오량이면
문밖에서 가벼히 사양하겠다 !
사계를 죽임
한밤에 벽시계는 불길한 탁목조 !
나의 뇌수를 미신바늘처럼 쫏다.
일어나 쫑알거리는 (시간)을 비특어 죽이다.
잔인한 손아귀에 감기는 가녈핀 모가지여 !
오늘은 열시간 일하였노라.
피로한 이지는 그대로 치차를 돌리다.
나의 생활을 일절 분노를 잊었노라.
유리안에 설레는 검은 곰 인양 하품하다.
꿈과 같은 이야기는 꿈에도 아니 하랸다.
필요하다면 눈물도 제조할뿐 !
어쨌던 정각에 꼭 수면하는 것이
고상한 무표정이오 한 취미로 하노라 !
명일 ! (일자가 아니어도 좋은 영원하 횬례 !)
소리없이 옮겨가는 나의 백금 체펠린의 유유한 야간
항로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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