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웅성웅성... 재잘재잘....
영어 수업 시간. 아이들은 선생님이 계시는데도 아랑곳없이 왁자지껄 떠
들어 댔어요. 칠판에 글씨를 쓰고 있던 영어 선생님은 더 이상 못 참겠다
는 듯이 소리를 꽥 질렀어요.
"너희들 조용히 못 해!"
하지만 아이들은 눈도 꿈쩍 않고 여전히 소란을 떨었어요. 영어 선생님
은 얼굴이 예쁘고 맘이 고운 여자 선생님이라, 짓궂은 아이들이 일부러 선
생님을 골탕 먹이려고 시끄럽게 굴었던 거지요.
영어 선생님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자 거의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어
요.
"반장! 이런 분위기에선 도저히 수업을 못 하겠으니까 다들 자습하도록
해!"
영어 선생님은 교탁에서 물러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버렸어요.
반장은 일어나더니 아이들을 쓰윽 훑어보았어요.
"니들 조용히 안 할래!"
반장의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리자 교실은 거짓말처럼 조용해 졌어
요. 그러자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듯 한 마디 했어요.
"나보다 반장이 더 카리스마가 있군."
일반적인 의미로는, 사람을 끌어당겨 따르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을 카
리스마적 인물이라고 해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예수처럼 예언이나 기
적을 행하는 초능력적인 인물들만을 카리스마적 존재라고 알 수 있어요.
사전에는 이 말을 '추종자들이 지도자가 갖추고 있다고 믿는 경외로운
속성이나 마력적인 힘, 또는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인걱적인 특성.'이
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 말은 본래 크리스트교적 용어예요. '성령의 특별한 은총'을 뜻하는 그
리스 어인 '카리스마'에서 유래했지요.
신약 성서에서는 '다시 거두어 가지 않는 하나님의 선물'을 뜻하기도 하
고, 예수님이 인간에게 베푸는 '은총의 선물'을 뜻하기도 해요.
이 말은 막스 베버라는 독일의 사회학자에 의해서 널리 쓰이게 되었어
요. 그는 '카리스마'의 본래 뜻을 확대하여 학술 용어로 만들었어요.
그는 지배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었어요.
그 중의 하나가 카리스마적 지배이지요. 즉 보통 사람과는 다른 초자연
적, 초인간적 능력이나 자질을 지닌 인간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지배와 복
종의 관계를 뜻하는 말이에요.
이는 법률에 따른 지배(합리적 지배)나 관습에 따른 지배(전통적 지배)와
달리 어디까지나 카리스마적 인간에 대한 절대적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어
요. 추종자들은 카리스마적 지배자의 권위에 절대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그
의 말이 곧 진리요 법인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인물은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경우, 강력한 지도력으로 질서를 바
로잡기도 하지만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되면 큰 재앙을 몰고 오기도 하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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