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번
병팔이네 가족은 아빠 친구들과 함께 야유회를 갔어요. 점심을 먹고나자
흥겨운 노래 자랑이 벌어졌어요.
"와아, 짝! 짝! 짝!"
"자, 다음은 병팔이 아빠 차례입니다."
"이 푸웅-진 세상을 마-안났으니...."
병팔이 아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어요.
"에이, 그만해!"
"다른 거 불러 봐. 거 있잖아 십팔번...."
병팔이 아빠 친구들은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노래를 부르라고
야단이었어요.
할 수 없이 병팔이 아빠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어요.
"두우-만강 푸른 물에- 노-오 젓는 배앳-사공- 흘러가안- 그 옛날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었어요.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환호성
을 질렀어요.
"와아, 정말 멋지다!"
"역시 병팔이 아빠 십팔번은 언제 들어도 일품이라니까."
병팔이 아빠가 박수 갈채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어요. 그 때 병팔이가 물
었어요.
"아빠 그 노래 제목이 '십팔번'이에요?"
병팔이 아빠는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어요.
"그런데 아까 아빠 친구분들이 십팔번을 부르라니까 왜 그 노래를 부르
셨어요?"
"그건 제일 잘 부르는 노래를 하란 뜻이었어."
"어, 이상하다? 그러면 1번을 부르라고 해야지, 왜 십팔번을 부르라고 그
래요?"
병팔이 아빠는 병팔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
요.
"허허허.... 그건 말이다. 옛날 일보에 이치가와라는 가문이 있었는데 대
대로 연극을 하는 집안이었지. 그 가문에는 '교오겡'이라는 극이 전해 내려
오고 있었어. 그 극은 모두 십팔번까지 있었는데 일본 고유 가면극의 막간
에 보여 주는 촌극이지. 그 중 마지막 십팔번이 가장 재미있고 우스꽝스러
웠다는 거야. 이렇게 제일 재미있는 극을 말하던 십팔번이 나중에 자기가
제일 잘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바뀐 거란다, 알겠니?"
"아아, 그러니까 그 말은 애창곡이란 뜻이구나."
병팔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빠, 그러면 일보에서 건너온 '십팔번'보다는 '애창곡'이란 말을 쓰는
것이 더 좋겠네요?"
그렇지. 우리 병팔이가 제법 기특한 소리를 하네.... 말이 나온 김에 우리
병팔이 애창곡이나 한번 들어 볼까?"
병팔이 아빠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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