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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인슈타인 시집 – 아직 태어나지 않은자의 별, 모래, 물구나무

올드코난 2010. 7.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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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1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의 별

 


아직 태어나지 않은자의 별

 

  네가 왔다 가는 걸 나는 냄새로 안다

 너의 땅을 두고 너는 그림자처럼 지나만 간다

 너의 빈 집에서 나는 화초에 물을 주고 언 창을 닦고

 난로에 불을 지피고 너의 침대보를 갈아 낀다

 밤새 너를 기다리며 뜨락에 나가 서성이다가

 나는 너의 장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잠이 든다

 밤새 네가 오는 발자욱 소리 들리는 듯하고

 그렇게 밤새 비가 내리고 그 비 발자욱 소리에

 한 알 과일처럼 너 없는 별이 굴러가고 있다

 

 그래도 아침이면 온 들판에는 네가 지나간 발자욱

 거리마다 너의 냄새로 가득하고

 안개는 먼 바다 소리를 낸다

 해마저 너 없는 땅에 씨를 뿌리고

 온 여름내 가꾸어 네가 온다는 소문을 퍼트린다

 이제 가을이 오고 해는 들에서

 얼굴을 빛내며 알곡을 거두어 들이리라

 나는 네가 오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안다

 너는 땅으로부터 피워 올리고 있구나

 안개며 바다며 산이며 해며 별들을

 나는 이 별이 뉘 별인지 알겠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의 별이여

 

모래

 

누가 와 있는 것 같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사막

 한가운데

 바람도 불지 않는 긴긴 태양 아래

 모래의 불구덩이에

 

 한 마리

 움츠리고 접혀서

 입안에서

 버석거리는 모래를 씹으며

 마른 침들이 나를 삼키며

 나를 모래

 한 알로 만들며

 누가 와 있는 것 같다

 

물구나무

 

밤마다

 그대와 헤어져

 돌아올 때는 물구나무를 선다

 한 알 과일처럼

 지구를 손에 들고

 하늘에 발을 딛으면

 그 별에 그대는 살고

 하루에 서른 세번이나 해가 지는

 쓸쓸한 별에서

 그대는 나를 바라본다

 내 무거운 사랑의 형벌을

 그대는 울고 있구나

 우리 눈물의 강이 하염없이 흐르고

 강물의 길을 따라

 나는 그대가 살고 있는 별을 들고

 어디론가로 가고 있다

 

 길가의 겨울나무들도

 앙상한 다리를 하늘에 담그고

 봄을 기다리는 휘파람을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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