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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99

시) 정지용 作 - 병, 할아버지, 산에서 온 새

정지용 詩 병 부엉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기 오시네. 말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무서운 시계, 삼월 삼질 날,딸레, 산소

정지용 詩 무서운 시계 오빠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오빠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삼월 삼질 날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야기 상제로 사갑소. 딸레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 하다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 오니, 쬐그만 아주머니 마자 누가 다려 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여 울었다. 산소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당신의 편지, 예술가, 생명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당신의 편지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꼬밭 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은 먼저 썼을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약을 달이다 말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주소는 다른 나라의 군함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남의 군함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 지 라도 편지에는 군함에서 떠났다고 하였을 터인데. 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畵家..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쾌 락, 거문고 탈 때, 밤은 고요하고, 꽃이 먼저 알아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쾌 락 님이여, 당신은 나를 당신 계신 때처럼 잘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두고 멀리 가신 뒤로는, 나는 기쁨이라고는 달도 없는 가을 하늘에 외기러기의 발자취만치도 없습니다. 거울을 볼 때에 절로 오던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꽃나무를 심고 물 주고 북돋우던 일도 아니합니다. 고요한 달 그림자가 소리없이 걸어와서 엷은 창에 소근거리는 소리도 듣기 싫습니다. 가물고 더운 여름 하늘에 소낙비가 지나간 뒤에, 산모퉁이의 작은 숲에서 나는 서을한 맛도 달지 않습니다. 동무도 없고 노리게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 가신 뒤에 이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쾌락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따금 실컷 우는 것입니다. 거문고 탈 ..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잠 없는 꿈, 착인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잠 없는 꿈 나는 어느 날 밤에 잠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의 님은 어디 있어요. 나는 님을 보러 가겠습니다. 님에게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세요, 님이여』 『너의 가려는 길은 너의 님이 오히려 길이다. 그 길을 가져다 너레게 주면 너의 님은 올 수가 없다』 『내가 가기만 하면 님은 아니 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너의 님이 오히려 길을 너에게로 갖다 주면 너의 님은 다른 길로 오게 된다 네가 간대도 너의 님을 만날 수가 없다』 『그러면 그 길을 가져다가 나의 님에게 주셔요』 『너의 님에게 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저의 길이 각각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야 이별한 님을 만나보겠습니까』 『네가 너를 가져다가 너의 가려는 길에 주어라. 그리하고 쉬지..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포도주, 진 주, 자유정조(自由貞操)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포도주 가을 바람과 아침 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였습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무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으로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임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임이여! 진 주 언제인지 내가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주웠지요. 당신은 나의 치마를 걷어 주셨어요, 진흙 묻는다고. 집에 와서는 나를 어린아이 같다고 하셨지요, 조개를 주워다가 장난한다고. 그리고 나가시더니 금강석을 사다 주셨습니다, 당신이. 나는 그 때에 조개 속에서 진주..

배움/시 2010.07.08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길이 막혀, 달을 보며, 후 회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길이 막혀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바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 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 못 오시는 당신을 기루어요. 달을 보며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기루었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굴이 되더니 넓은 이마, 둥근 코, 아름다운 수욤이 역력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굴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 밤에는 달이 당신의 ..

배움/시 2010.07.08

시) 정지용 作 - 해바라기씨, 지는 해, 띠, 산너머 저쪽, 홍시

정지용 詩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실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해ㅅ빛이 입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시약시 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 지르고 간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지는 해 우리 오빠 가신 곳은 해님이 지는 서해 건너 멀리 멀리 가셨다네. 웬일인가 저 하늘이 피ㅅ빛 보담 무섭구나! 난리 났나. 이 났나. 띠 하늘 우에 사는 사람 머리에다 띠를 띠고, 이땅우에 사는 사람 허리에다 띠를 띠고, 땅속나라 사는 사람 발목에다 띠를 띠네...

배움/시 2010.07.07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비밀, 거짓 이별, 참말인가요

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비밀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마는, 비밀은 야속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視覺)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聽覺)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 이별 당신과 나와 이별한 대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데로 말하는 것과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 지..

배움/시 2010.07.03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오셔요, 가지 마셔요

늙은코난(OLD CONAN)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 오셔요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 오셔요. 당신은 당신이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당신이 오실 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 당신은 나의 꽃밭으로 오셔요. 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꽃 속으로 들어가서 숨으십시요. 나는 나비가 되어서 당신이 숨은 꽃 위에 가서 앉겠습니다. 그러면 쫓아오는 사람은 당신을 찿을 수는 없습니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어서 이리 오셔요. 당신은 나의 품으로 오셔요. 나의 품에는 부드러운 가슴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머리를 숙여서 나의 가슴에 대십시오. 나의 가슴은 당신이 만질 때에..

배움/시 201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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