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홀릭이 1집에서 해낸 것은 가창력과 자의식 과시적인 여성보컬리스트의 전유물이거나 팬시상품적인 상상력만으로 움직이던 한국 모던록의 새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대중적인 가벼움과 모던록 특유의 흥겨움을 동시에 지닌 1집 앨범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기예보' 시절부터 수많은 팬을 가졌던 강현민 특유의 감수성 풍부한 멜로디라인이 호소력 만점의 여성 보컬리스트 지선의 목소리에 얹혀진 노래들은 그야말로 대중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정규앨범과 영화 OST, 그리고 리패키지 앨범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랑받았던 것은 그들의 대중친화력을 증거하는 상황이다.
- 소포모어 징크스에게 굿바이
1집에서 성공한 모든 아티스트들은 2집에서 큰 시험에 들게 된다. 그것은 바로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두 번재 앨범에서는 1집의 성공만큼 눈높이가 높아진 대중들과 만나야만 한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그 소포모어 징크스에 과도하게 신경을 쓴 탓에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앨범을 내기도 하고, 어떤 아티스트들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무시하고 전작과 똑같은 수준의 앨범을 만들었다가 형편없이 실패하기도 한다. 러브홀릭의 두 번째 앨범은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관습적인 꼬리표를 어디 달아야 할 지 모르게 만든다. 1집으로 모던록의 세례를 받은 대중들에게 그만큼 성장한 눈높이를 선사하는 동시에 이제 러브홀릭이라는 밴드의 이름을 처음 듣는 대중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멜로디라인을 던져주는 것이다.
- Invisible Things.
러브홀릭 정규 2집의 앨범 타이틀은 'Invisivle things'이다. 미국의 유명한 여류 설치 예술가 및 사진작가 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의 작품을 패러디한 이번 2집 앨범의 자켓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것들'이란 앨범 제목을 그 속에 담겨있는 음악과 더불어 완성도 높은 아트웍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서 보이진 않지만 우리들을 알게 모르게 지배하거나 바로 옆에서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사랑,음악,평화 등 이 세상에 있는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이들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 더욱 중독성 강한 멜로디. 더욱 밀도높은 완성도
러브홀릭 최고의 장점은 밴드의 이름처럼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인이다. 단 한번만 듣자마자 따라하게 되는 멜로디는 마법처럼 다가오는 첫 트랙 'Magic'으로부터 (PC로만 들을 수 있는) 수줍은 마지막 인사 'Good Night'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것은 그들이 러브홀릭이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이전부터 지니고 있던 장점이다. 강현민은 일기예보 시절은 물론 솔로 앨범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멜로디가 만들어내는 대중음악의 흥분을 잊어버린 적이 없다. 베이시스트 이재학은 첫번째 트랙 'Magic'의 담백하면서도 굴곡강한 멜로디라인으로부터 자신의 실력과 존재감을 과시한다. 보컬리스트 지선은 과도한 감정의 전달은 피하면서도 악곡이 지녀야 할 모든 느낌을 호소하는 발성으로 모든 이들을 사로잡는다. 러브홀릭의 두번째 앨범은 하드록적인 터취를 지니면서도 굴곡 강한 멜로디라인을 지니고 있고 헤비한 편곡 속에 소프트한 감성을 집어넣는다. 록음악이 지닐 수 있는 양면성을 한번에 지니는 것이 바로 러브홀릭 두번째 앨범의 장점인 것이다. 그것은 결국 1집이 지니고 있던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인은 그대로 지닌 채 음악적 완성도는 더욱 두터워진 결론을 향해 내닫는다.
- 수록곡들
러브홀릭은 1집에도 그러했듯이 이번 앨범에서도 각멤버의 개성을 각자의 곡에서 나타내면서 전체적으론 그들만의 매력적인 빛깔을 내고있다. 여전히 그만의 독특한 대중적인 멜로디에 모던락의 옷을 입히고 있는 강현민은 'sky', 'want you hear', '동화 처럼', '선글래스' 등에서 더욱 성숙해진 감성을 나타내고 있고 'magic', 'blue923', 'sylvia', 'Hyri-rumaya' 등은 웬만한 브릿락 넘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편곡에 우리말의 어감을 녹여낸 이재학의 작품이다. 또한 1집에 수록된 'sad story'에서 발군의 작곡 실력을 보여준 지선은 2집에서도 'bless you'라는 곡으로 보컬리스트뿐 아니라 범상치 않은 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지게 되는 타이틀곡은 러브홀릭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는 2번 트랙 'Sky'다. 이곡은 강현민 특유의 서정적이며 굴곡강한 코드워크가 100% 발휘된 곡이자 해석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선의 보컬 운용 능력이 돋보인 곡으로서 방독면 비주얼로 선풍적인 화제를 일으켰던 1집의 뮤직 비디오 '러브홀릭'에 이어 한층 더 발전된 영상과 음악의 감동을 느끼게 해줄 뮤직 비디오로 제작 되어지고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소박한 피아노 반주에 애잔한 지선의 보컬을 얹은 '너는' 과 씨디를 구입한 사람들을 위해 컴퓨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good night' 등은 잔잔한 감동을 주는 곡들이며 13번 트랙 'My Dear'는 잔잔하고 조용한 보사노바 리듬에 흥분 강한 주선율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기도 하다. 이것은 러브홀릭이라는 밴드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대중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는 리듬, 편곡의 법칙을 가지고 가장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것이 바로 러브홀릭의 능력이다. 고급스러운 정장에 스포티한 운동화를 신었지만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음악. 그것이 바로 러브홀릭의 음악이다. 그들의 두번째 앨범에서 정장은 더욱 명품이 되었고, 스포티한 운동화는 더욱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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