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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76

시) 홍사용 作 나는 왕이로소이다, (시인 홍사용 설멍)

홍사용 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님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님의 흘리신 피를 몸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 그 말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은 모두 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갈 때에도 어머님께서는 기꺼움보다도 아무 대답도 없이 속아픈 눈물울 흘리셨답니다. 벌거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질치며, 으아 소리쳐 울더..

배움/시 2010.07.12

시) 남궁벽 作 말, (시인 남궁벽 생애 설명,해설)

남궁벽 詩 말 말님. 나는 당신이 웃는 것을 본 일이 없읍니다. 언제든지 숙명을 체관한 것 같은 얼굴로 간혹 웃는 일은 있으나 그것은 좀처럼 하여서는 없는 일이외다. 대개는 침묵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온순하게 물건을 운반도 하고 사람을 태워 가지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말님, 당신의 운명은 다만 그것뿐입니까. 그러하다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외다. 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악을 볼 때 항상 내세의 심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이 당신의 은명을 생각할 때 항상 당신도 사람이 될 때가 있고 사람도 당신이 될 때가 있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 시인 남궁벽 (18..

배움/시 2010.07.12

시) 오상순 作 첫날밤, (시인 오상순 해설)

오상순 詩 첫날밤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다 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 야! 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빰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고 침침히 깊어 간다. -------------------------------------- 시인 오상순 (1894 - 1963) 서울 출생. 호가 공초인 그는 동인으로 문단에 데뷔(1920)했다가 일제시에는 절필, 해방후 다시 붓을 들어 허무와 명상의 구도적 작품을 다수 발표했다. 중앙고보, 보성고보 등에서 교..

배움/시 2010.07.12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타고르의 시를 읽고, 구원2,구원3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타고르의 詩(GARDENISTO)를 읽고 벗이여, 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있는 작은 꽃처럼 나 를 울리는 벗이여, 나는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 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에서 사무치는 백골의 향기입 니다. 그대는 화환(花環)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 가지 에 걸려서 주운 꽃을 해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이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습 니다. 눈물이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셔 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 는 없습니..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경초, 강배, 해촌의 석양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莖草 (경초)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팡이로 한줄기 풀을 무찔렀다. 풀은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다. 나는 무러진 풀을 슬퍼한다 무러진 풀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팡이로 무질지 아니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은(銀) 같은 이슬에 잠자코 키스도 하리라. 나로 말미암아 꺽어진 풀을 슬퍼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인인지사(仁人志士) 영웅호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무 반항도 원망도 없는 한줄기 풀을 슬퍼 한다. 江 배 저멱 볕을 배불리 받고 거슬러 오는 작은 배는 온 강의 맑은 바람을 한 돛에 가득히 실었다. 구슬픈 노 젓는 소리는 봄 하늘에 사라지는데 강가의 술집에서 어떤 사람이 손짓을 한다..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낙화, 산거, 지는 해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落花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大地)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나는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엾은 그림자가 어데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가는 악마의 발 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山居 (산거) 티끌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하기에 산을 깍아 집을 짓고 돌을 뚫어 샘을 팠다. 그름을 손인양하여 스스로 왔다 스스로 가고 달은 파수꾼..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반달과 소녀, 모순, 일출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반달과 少女 옛 버들의 새 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던 어여쁜 소녀는 「저게 내 빗이여」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껴 디디고 고사리 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들었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장자장」하더라. 矛 盾 (모순) 좋은 달은 이울기 쉽고 아름다운 꽃엔 풍우(風雨)가 많다. 그것을 모순이라 하는가. 어진 이는 만월(滿月)을 경계하고 시인은 낙화를 찬미하느니 그것을 모순의 모순이다. 모순의 모순이라면 모순의 모순은 비모순(非矛盾)이다. 모순이냐 비모순이냐 모순은 존재가 아니고 주관적이다. 모순의 속에서 비모순을 찿는 가련한 인생..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산골물, 칠석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산골물 산골 물아 어데서 나서 어데로 가는가. 무슨 일로 그리 쉬지 않고 가는가. 가면 다시 오려는가. 물은 아무 말도 없이 수없이 얼크러진 등 댕담이.칡덩쿨 속으로 작은 달이 넘어가고 큰 달은 돌아가면서 쫄쫄쫄쫄 쇠소리가 양안 청산(兩眼淸山)에 반향(反響)한다. 그러면 산에서 나서 바다로 이르는 성공의 비결이 이렇단 말인가. 물이야 무슨 마음이 있으랴마는 세간(世間)의 열패자(劣敗者)인 나는 이렇게 설법(說法)을 듣노라. 칠석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고 살지언정 하늘 직 녀성은 되지 않겠어요. 녜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 눈을 쳐다보 며 조금 아양스런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말은 견우(牽牛)의 님을 그리는 직녀(織女)가 일 년에 한 번..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계월향에게, 사랑의 불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계월향에게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多情)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無情)을 사 랑합니다. 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모란봉에 밤놀이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고,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사람은 반드시 다하지 못한 한(恨)을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대의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 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대의 붉은 한(恨)은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 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은 돌이키고자 합니다. 그대의 푸른 근심은 드리고 드..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묘에 , 비바람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論介의 愛人이 되어 그의 廟에 낮과 밤으로 흐르고 남강(南江)은 가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에 우두커니 섰는 촉석루는 살 같은 광음(光陰)을 따라서 잡습니다. 논개여,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사랑하는 논개여. 그대는 조선(朝鮮)의 무덤 가운데 피었던 좋은 꽃의 하나 이다. 그래서 그 향기는 썩지 않는다. 나는 시인으로 그대의 애인이 되었노라. 그대는 어디 있느뇨. 죽지 않은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구나. 나는 황금의 칼에 베어진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운 그대 의 당년(當年)을 회상한다. 술 향기에 목마친 고요한 노래는 옥(獄)에 묻힌 썩은 칼을 울렸다. 춤추는 소매를 안고 도는 무서운 찬 바람은 귀신(鬼神) 나라 의 꽃수풀을 거쳐서 떨어지는 해..

배움/시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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