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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76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첫키스, 반비례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첫 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마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 러워 마셔요. 희미한 졸음이 활발한 님의 발자취 소리에 놀라 깨어 무거운 눈썹을 이기지 못하면서 창을 열고 내다 보았습니다. 동풍에 몰리는 소낙비는 산모롱이를 지나가고, 뜰 앞의 파초 잎 위에 빗소리의 남은 음파(音波)가 그네를 뜁니다. 감정과 이지(理智)가 마주치는 찰나에 인면(人面)의 악마와 수심(獸心)한 천사가 보이려다 사라집니다. 흔들어 빼는 님의 노래가락에, 첫잠..

배움/시 2010.07.11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情天恨海(정천한해), 선사의 설법, 잠꼬대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情天恨海 (정천한해)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의 하늘에 따를소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하리라. 높고 높은 정하늘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 바다가 병 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정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으면 한바다는 깊을수록 묘(妙)하니라. 만일 정하늘이 무너지고 한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情千)에 떨어지고 한해(恨海)에 빠지리라. 아아, 정하늘이 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한바다가 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릎보다는 얕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짧든지 정하늘에 오르고 한바다를 건너려면 님에게만 인기리라. 선사의..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尋牛莊(심우장) 1,2,3, 山村의 여름저녁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尋牛莊 1 잃은 소 없건마는 찿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시 분명타 하면 찿은들 지닐소냐. 차라리 찿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尋牛莊 2 선(禪)은 선(禪)이라고 하면 선(禪)이 아니다. 그러나 선(禪)이라고 하는 것을 떠나서 별로히 선(禪)이 없는 것이다. 선(禪)이면서 선(禪)이 아니요. 선(禪)이 아니면서 선(禪)인 것이 이른바 선(禪)이다. ......달빛이냐? 갈꽃이냐? 흰모래 위에 갈매기냐? 尋牛莊 3 소찿기 몇 해런가 풀기이 어지럽구야. 북이산 기슭 안고 해와 달로 감돈다네. 이 마음 가시잖으면 정녕코 만나오리. 찿는 마음 숨는 마음 서로 숨바꼭질 할제 골 아래 흐르는 물 돌길을 뚫고 넘네. 말없이 웃어내거든 소잡은 줄 아옵소라. 山村의 여름저녁 산 그림지는 집..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사랑의 끝판, 꿈이라면, 해당화, 두견새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러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꿈이라면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 만법이 꿈이라면..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금강산,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만족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금강산 만 이천 봉! 무양(無恙)하냐 금강산아. 너는 너의 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너의 님은 너 때문에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온갖 종교. 철학.명예.재산, 그 외에도 있으면 있는 대로 태워버리는 줄 을 너는 모르리라. 너는 꽃이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이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白雪)에 깨인 것이 너냐. 나는 너의 침묵을 잘 안다. 너는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종작 없는 찬미를 받으면서 시쁜 웃음을 참고 고요히 있는 줄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너는 천당이나 지옥이나 하나만 가지고 있으려무나, 꿈 없는 잠처럼 깨끗하고 단순하란 말이다. 나도 짧은 갈고리로 강 건너의 꽃을 꺽는다고 큰 말하는 미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침착하고 단순하..

배움/시 2010.07.09

시) 김형원 作 벌거숭이의 노래

김형원 詩 벌거숭이의 노래 1 나는 벌거숭이다. 옷같은 것은 나에게 쓸 데 없다. 나는 벌거숭이다. 제도 인습은 고인의 옷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시비도 모르는, 선악도 모르는. 2 나는 벌거숭이다. 그러나 나는 두루마기까지 갖추어 단정히 옷을 입은 제도와 인습에 추파를 보내어 악수하는 썩은 내가 몰씬몰씬 나는 구도덕에 코를 박은, 본능의 폭풍 앞에 힘없이 항복한 어린 풀이다. 3 나는 어린 풀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나에게는 오직 생명이 있을 뿐이다. 태양과 모든 성신이 운명하기까지, 나에게는 생명의 감로가 내릴 뿐이다. 온 누리의 모든 생물들로 더불어, 나는 영원히 생장의 축배를 올리련다. 4 그리하여 나는 노래하려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부터 똥통을 우주로 아는 구더기까지. 그러..

배움/시 2010.07.09

시) 황석우 作 소녀의 마음, 초대장

황석우 詩 소녀의 마음 소녀의 마음은 봄잔디 풀! 그는 밟으면 으크러지고 그는 불대면 터진다. 소녀의 마음은 유리 풍경 그는 바람 부딪치면 울리고 그는 내던지면 깨진다. 초대장 꽃동산에서 산호탁을 놓고 어머님께 상장을 드리렵니다. 어머님께 훈장을 드리렵니다. 두 고리 붉은 금가락지를 드리렵니다. 한 고리는 아버지 받들고 한 고리는 아들딸, 사랑의 고리 어머님이 우리를 낳은 공로훈장을 드리렵니다. 나라의 다음가는 가정상, 가정훈장을 드리렵니다. 시일은 어머니의 날로 정한 새 세기의 봄의 꽃. 그 날 그 시에는 어머님의 머리 위에 찬란한 사랑의 화환을 씌워 주세요. 어머님의 사랑의 공덕을 감사하는 표창식은 하늘에서 비가 오고 개임을 가리지 않음이라. 세상의 아버지들, 어린이들 꼭, 꼭, 꼭, 와 주세요. 사..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꽃싸움, 의심하지 마셔요, 당신은

추천 문학, 시, 소설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을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는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 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을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이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도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겠습니다. 꽃은 피어..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사랑'을 사랑하여요., 요술, 고대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사랑'을 사랑하여요. 당신의 얼굴은 봄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돌아오는, 반달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겟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 당신의 마음은 티없는 순옥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옥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시(詩)는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결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같은 검은 바다에 피어오르는 백합같은 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

배움/시 2010.07.09

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어디라도, 수의 비밀, 버리지 아니하면, 군말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詩 어디라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려고 대야에 물을 떠다 놓으면, 당신은 대야 안의 가는 물결이 되어서 나의 얼굴 그림자를 불쌍한 아기처럼 얼려 줍니다. 근심을 잊을까 하고 꽃동산에 거닐 때에 당신은 꽃 사이를 스쳐오는 봄바람이 되어서, 시름없는 나의 마음에 꽃향기를 묻혀 주고 갑니다. 당신을 기다리다 못하여 잠자리에 누웠더니 당신은 고요한 어둔 빛이 되어서 나의 잔부끄럼을 살뜰히도 덮어 줍니다. 어디라도 눈에 보이는 데마다 당신이 계시기에 눈을 감고 구름 위와 바다 밑을 찿아 보았습니다. 당신은 미소가 되어서 나의 마음에 숨었다가, 나의 감은 눈에 입맟추고 '네가 나를 보느냐'고 조롱합니다. 수의 비밀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포도도 짓고, 자리옷도 ..

배움/시 201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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