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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76

시) 시인 윤동주 作 서시, 별헤는밤, 참회록

윤동주 詩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김종문 作 샤보뎅, 첼로를 켜는 여인, 의자

김종문 詩 샤보뎅 하늘에서 모래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간은 바람결에 소리를 내며 이루고 있었다. 평원과 산을 생각하는 모래알처럼. 인간이 죽어간 폐허 위에 집을 지으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생각하며. 사막에서 떠나 살 수 없는 체념에서 해골바가지를 들고 오아시스를 찾는 여정을 더듬어 가고 있었다. 태양이 흘리며 간 적은 피자국들은 뉘의 눈에도 뛰우지 않았다. 태양의 유형처럼. 하늘에서 모래알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도, 땅도, 사막 저 멀리 사막 사이를 가고 있었다. 검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운 여인이. 첼로를 켜는 여인 무대는 여인의 차지다. 부푼 유방, 파인 허리, 부푼 만삭, 긴 머리채로 가리우고, 긴 팔로 가리우고 진동하는 저음, 아가의 고성을 묻고, 비트는 긴 모가지,..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이동주 作 강강술래, 혼야

이동주 詩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애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뉘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 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쓰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혼야 금슬은 구구 비둘기... 열 두 병풍 첩첩 산곡인데 칠보 황홀히 오롯한 나의 방석. 오오 어느 나라 공주오이까. 다수굿 내 앞에 받아들었오이다. 어른일사 원삼을 입혔는데 수실 단 부전 향낭이 애릿해라. 황촉 갈고 갈아 첫닭이 우는데 깨알 같은 쩡화가 스스로와... 눈으로 당기면 고즈너기 끌려와 혀 끝에 떨어지는 이름 사르르 온 몸에 휘감기는 비단이라..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김소월 作 접동새, 못잊어, 가는길, 왕십리, 가막덤불, 풀따기

김소월 詩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읍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

배움/시 2010.07.13

시) 작가 심훈 作 그날이 오면, 밤

심훈 詩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밤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 비인 방안에는 등잔불의 ..

배움/시 2010.07.13

시) 시인 백기만 作 청개구리, 은행나무 그늘

청개구리 청개구리는 장마 때에 운다. 차디찬 비 맞은 나뭇잎에서 하늘을 원망하듯 치어다보며 목이 터지도록 소리쳐 운다.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이었다. 어미의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어미 청개구리가 하면 그는 물에 가서 놀았고, 또, 하면 그는 기어이 산으로 갔었느리라. 알뜰하게 애태우던 어미 청개구리가 이 세상을 다 살고 떠나려 할 때, 그의 시체를 산에 묻어 주기를 바랬다. 그리하여 모로만 가는 자식의 머리를 만지며 하였다. 청개구리는 어미의 죽음을 보았을 때 비로소 천지가 아득하였다. 그제서야 어미의 생전에 한 번도 순종하지 않았던 것이 뼈 아프게 뉘우쳐졌다. 청개구리는 조그만 가슴에 슬픔을 안고, 어미의 마지막 부탁을 쫓아 물 맑은 강가에 시체를 묻고, 무덤 위에 쓰러져 발버둥치며 통곡하..

배움/시 2010.07.13

시)시인 박종화 作 청자부

박종화 詩 청자부 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을려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빠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벼개 흙이면서 옥이더라. 구름무늬 물결무늬 구슬무늬 칠보무늬 꽃무늬 백학무늬 보상화문 불타무늬 토공이요 화가더냐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 -------------------------..

배움/시 2010.07.13

시) 김동환 作 산너머 남촌에는, 북청 물장수, 강이 풀리면

김동환 詩 산 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

배움/시 2010.07.13

시) 한하운 作 보리피리, 여인 (시인 한하운 소개, 설명)

한하운 詩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피닐니리. 여인 눈여겨 낯익은 듯한 여인 하나 어깨 넓직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히 아가를 거느리고 내 앞을 무심히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습 걸음걸이 하며 몸맵시 틀림없는 저... 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 혀 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 감길 듯 떠오르는 추억이요! 옛날엔 아무렇게나 행복해 버렸나 보지? 아니 아니 정말로 이제금 행복해 버렸나 보지? -------------------------------------------------..

배움/시 2010.07.12

시) 김동명 作 파초, 내마음은 (시인 김동명 소개 설명)

김동명 詩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 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마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라.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배움/시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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