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 허스 밴드(뜨거운 감자 '김c'+자우림 '이선규') 등 아티스트의 특별한 솔로 혹은 프로젝트 작업 수록
- 홍대씬의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 데이브레이크, 좋아서 하는 밴드, 10cm, 옥상달빛, 랄라스윗 등 총망라
익숙하고 끝없는 이야기, 하지만 의외성을 담은 표현들 민트페이퍼(Mint Paper)가 만드는 세 번째 앨범 "LIFE"
2007년 런칭한 민트페이퍼(www.mintpaper.com)는 이제 감성 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의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기적인 작은 음악회 민트페스타(Mint Festa)는 홍대 씬의 가장 중요한 브랜드 공연이 되었고, live ICON, live THEY, Winter Special 등 크고 작은 기획들은 점차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가장 의미 있는 음악 축제로 성장한 민트페이퍼의 종합선물세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과 꽃, 소풍, 환경을 테마로 만들어진 소품집 같은 봄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Beautiful Mint Life)'를 통해 음악 공연과 문화 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아직은 부끄러운 격찬을 얻고 있습니다.
이토록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로 알려지고 있는 민트페이퍼이지만 사실 그 본질은 감성 문화의 다양한 측면과 여러 아티스트•레이블•팬들의 기분 좋은 교류에 목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민터(minter)'로 이야기되는 많은 이웃들과 함께 다소 소심하면서도 독특한 색깔을 지닌 기록들을 공유하고자 고민해온 셈이죠. 이러한 방향성의 발현으로 인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특별한 기획의 음반들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라는 반려동물들에 대한 아티스트의 경험과 애정은 "강아지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라는 두 장의 음반으로 이어졌고요, 늘 만나고 헤어지고 원하고 지쳐가지만 다시금 그리워하는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은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로 채워지게 됐습니다.
각기 다른 소재로 첫 걸음은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민트페이퍼의 시선은 늘 비슷한 곳에 맴돌게 됩니다. 우리와 가장 가깝고 흔한 이야기, 늘 익숙해서 뒤돌아보지 못한 순간, 너무 소소해서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들... "LIFE" 역시 다루고 싶은 소재 혹은 바라보는 풍경을 생활로 옮겨왔을 뿐 그간 이어온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잠의 유혹, 첫 극장 데이트의 설렘, 냉장고 속에서 발견한 이별의 파편, 여유 있는 휴일의 읊조림 같은 생활 속에서 발견한 작은 흔적들이 때로는 느닷없는 행복으로 때로는 하염없는 쓸쓸함으로 다가서게 됩니다.
민트페이퍼의 기획 음반에는 늘 의외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아티스트들의 조합, 평소 행보와 다른 아티스트들의 이면은 팬들에게 기쁨과 더불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죠. "LIFE"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 의외성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성진환(스윗소로우), 론리 허스 밴드(뜨거운 감자 김c+자우림 이선규), 이능룡(언니네이발관), 이아립(스웨터), 가을방학(정바비+계피), 네온스(몽구스) 등 기성 아티스트들의 솔로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이고, 두 번째는 데이브레이크, 좋아서 하는 밴드, 10cm, 랄라스윗, 옥상달빛처럼 최근 홍대 씬이 주목하고 있는 신진급 아티스트들의 조명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평소 이미지와 180도 다른 질감의 음악을 선보인 오지은, 한희정, 세렝게티, 나루와 민트페이퍼 음반의 이색적인 조합처럼 여겨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까지 한곡 한곡이 모두 스페셜한 기획을 통해 완성된 트랙들입니다.
늘 '새로운 주제+참신한 신곡+적지 않은 트랙 숫자+꼼꼼하게 준비한 패키지'를 모토로 진행해온 민트페이퍼 기획 음반의 전통은 "LIFE"에서도 역시 유효합니다. 싱글, 디지털, MP3와 같은 단어들로 대체된 요즘의 음악 습관에 어쩌면 저희가 하고 있는 일들은 철없는 아날로그의 향수에 기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적어도 어떤 그 누구에게 만큼은 꼭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굳어버린 머리와 마음을 오늘도 조금씩 녹여봅니다. 단 하나의 공감과 소통이 쌓여 곧 문화가 된다는 생각에 말이죠.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 될 거예요'
삶의 위로와 배려를 담은 16트랙의 신곡
"LIFE"에 수록된 16곡에는 트랙리스트의 아티스트들 외에도 10개의 레이블과 다수의 연주자들이 참여하셨습니다. 이 역시 적잖은 조율과 도움이 필요했던 과정입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음반 컨셉에 충실한 감성과 얘기들이 담긴 신곡들을 전편에 걸쳐 또 다시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수록곡은 대체적으로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컨셉을 설명하기 위한 미팅, 간단한 데모 작업 수집, 다시 소통한 후 녹음, 믹싱 작업'. 단순해보지만 그 수개월 동안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담아 퍼즐을 맞춰가듯 "LIFE"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록이 결정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10cm, 세렝게티, 랄라스윗과 같은 아티스트의 곡들은 공연을 관람하다가 "LIFE"에 꽤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염치를 불구하고 참여를 부탁드린 경우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방향을 통일감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은 그다지 쉽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런 조율 속에서 민트페이퍼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아티스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하나하나 "LIFE"는 완성되어 나갔습니다.
전작들과 달리 "LIFE"는 아티스트의 사진을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전편에 내세울 경우 삶의 위로와 배려를 담고자 하는 앨범 전체의 맥락보다 하나의 곡에 시선이 옮겨질 것 같아 나름의 대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렇기에 "LIFE"는 일반적으로 컴필레이션이 갖고 있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싱글 모음의 느낌 보다는 흐름이 있는 하나의 정규 음반이고 싶은 바람입니다.
매력적인 목소리와 정갈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10cm는 최근 버스킹 씬의 최대 화두로 등장한 남성 2인조 팀입니다. 이미 공연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기곡 반열에 오른 바 있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수컷 본능에 입각한 유혹의 세레나데입니다.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버스도 끊기도 여기까진 택시도 안와요' 대목에선 일동 폭소를 자아내게 될지도.^^
스윗소로우 2.5집 수록곡 'GRB 080913'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성진환의 솔로곡 '포근해'는 '극세사', 'Good Morning'이라는 제목들을 놓고 고민했을 만큼 포근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아침의 달콤함을 노래한 곡입니다. 잭 존슨과 같은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건강한 느낌을 담아보고 싶었다는 후문. 처음으로 세렝게티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봤습니다.
최고의 연주력과 긍정적인 사운드로 대표되는 데이브레이크(Daybreak)의 참여곡은 '팝콘'. 좋아하는 이성과 처음으로 극장 데이트를 갖는 소심한 남자의 기분을 팝콘이란 매개체로 풀어냈습니다. 그들의 히트곡 '좋다'의 연장선의 느낌을 담고 있는 쉽고 경쾌한 멜로디에 신스팝의 요소가 더해진 편곡이 돋보입니다.
2008년 대학가요제 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여성 2인조 랄라스윗은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을 기반으로 한 소박한 음악을 추구합니다. 영원할 이별의 격한 감정을 노래한 'good bye'는 공연을 통해 감동 받은 민트페이퍼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수록이 결정된 케이스입니다. 노리플라이의 정욱재가 처음으로 프로듀서를 맡아 작업을 진행했으며, 데이브레이크의 김선일(베이스), 세렝게티의 장동진(드럼)이 연주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LIFE"를 처음 기획하던 시기부터 가장 먼저 참여를 떠올렸던 팀입니다. 그만큼 그들의 노래 곳곳에는 생활의 흔적들이 닿아있었던 거죠. 우연히 열어본 냉장고 우유 귀퉁이의 날짜에서 다시금 추억과 미련을 끄집어내게 됐다는 내용을 담은 '유통기한'은 그들이 지금껏 발표한 곡 중 가장 절절하고 감성적인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스웨터의 보컬이자 다양한 예술 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의 앙증맞은 트랙 '우리집 싱어'는 늘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 '나와'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실제로 곡에 사용된 고양이 소리는 이 곡을 만들면서 우연치 않게 녹음된 것들이라네요.
홍대 씬의 대표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은 그녀의 차분한 외모만큼이나 작지만 따뜻한 느낌의 '오늘은 휴일입니다'를 담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늘 겪는 일상의 흔하고 뻔한 얘기지만 왠지 그 흐름에 나도 모르게 쓸쓸한 여운이 듭니다.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같은.
룡자란 애칭이 더 어울리는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의 첫 솔로곡 '끝없는 이야기'는 슈게이징(shoe gazing)적인 요소를 한껏 담고 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건반 세션으로 협연해온 싱어송라이터 임주연이 보컬을, 세렝게티의 장동진이 드럼을 담당했습니다. 이능룡 본인이 보컬은 물론 베이스까지 연주한 이 곡에서 그는 4개의 기타 트랙을 통해 몽환적인 사운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동시대 언니들의 감성을 논픽션으로 그려내며 찬사를 받고 있는 여성 듀오 옥상달빛은 허무한 호흡의 노래 '구제불능'을 통해 덧없이 흘러가는 청춘의 시간을 읊조리고 있습니다. 마치 그녀들의 대표곡 '하드코어 인생아'의 속편 같은 기운이 들지만, 버려진 삶과 시간의 축 처진 어깨 뒤로 희망 따위는 보이지 않는군요.
일산 지역 절친 관계인 뜨거운 감자 '김c'와 자우림 '이선규'가 프로젝트 밴드였던 페퍼민트 클럽 이후 3년 만에 론리 허스 밴드(Lonely H's Band)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 했습니다. 비틀즈의 명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오마주 프로젝트답게 동화적인 발상과 풍자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고향에 살어리랏다'에는 오메가 3의 멤버인 고경천도 건반으로 참여했습니다.
몽구스의 건반과 보컬을 담당했던 몬구의 솔로 프로젝트 네온스(neons)도 "LIFE"를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레트로(retro)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추구한 '달빛 스쿠터'는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와 적절한 경적 소리 이펙팅이 이목을 끕니다. 수줍게 상기된 얼굴로 꿈길을 내달리는 늦여름의 축제와도 같은 밤.
2집 앨범 초읽기에 들어간 나루(naru)는 모던 영재라는 수식어답게 수록곡 '무지개'의 보컬과 모든 연주는 물론 녹음, 믹싱까지 일련의 작업을 혼자 담당했습니다. 처연한 마음 가득한 어느 오후 우연히 바라본 무지개 속에서 꿈을 잃어가는 자신의 현실을 발견한다는 내용. "LIFE" 수록곡 중 가장 파워 있는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정바비(줄리아하트)와 여성 보컬 계피가 새로이 만든 유닛 가을방학은 일상의 얘기와 소박한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LIFE"의 컬러와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늘 따뜻한 마음과 시야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에 대한 예찬 '취미는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치는 무엇인가의 여운을 남겨줍니다. 가사의 느낌을 좀 더 살리기 위해 처음 데모 보다 좀 더 심플한 편곡을 취하게 된 트랙.
루저(loser)들의 큰 형님으로 각광받아온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그의 주전공이라 할 수 있는 실연남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또 다시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진 외로움을 주성치와 오맹달의 영화를 보며 위로 받는다는 상황 자체가 더 비극인 '주성치와 함께라면'. 엔딩 가사인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년'을 들을 때마다 절절하게 공감될 다수의 우리들.T.T
진한 스모키 화장과 폭발적인 무대 매너가 우선 연상되는 오지은이지만, 사실 그녀의 진면목은 섬세하게 묘사되는 찰나의 기록들에 있습니다. 1집에 수록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같은 곡이 대표적이죠. 피아노 하나와 보컬의 군더더기 없는 솔직한 대화로만 채워진 '겨울아침'은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함께 흘러버린 것만 같은 미묘한 감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스와힐리어로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라는 의미인 '하쿠나마타타'는 영화 '라이언킹'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말이기도 하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는 '하쿠나마타타'는 "LIFE"가 말하고픈 궁극의 메시지란 생각입니다. 세렝게티(Serengeti)의 음악 활동에 터닝 포인트가 될 멋진 대곡의 완성도를 위해 음악 동료인 권순관(노리플라이), 오지은, 이원석(데이브레이크), 이지형 등이 코러스를 함께 했습니다.
길을 걷는 많은 표정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화려한 듯, 초라한 듯 특별한 듯, 평범한 듯 보이는 그들 모두의 일상 저편은 늘 쓸쓸한 뒷맛으로 채워져 갑니다.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일상은 늘 씁쓸한 듯 보이지만, 놓을 수 없는 행복한 틈새의 중독이며, 끊임없이 보고 느끼고 배워가는 익숙한 습관입니다.
"LIFE"는 그런 하루에 한 시간이라는 여유와 생각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잠깐의 소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다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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