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전인범과 명예훼손 소송 중이다. 나는 나름 합리적이 의심으로 그를 비판했다고 여기지만 어떤 판결이 나올지 아직 모른다. 어쨌든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대법원까지 갈 생각이며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이명박근혜 9년동안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대다수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기득권을 비판했던 이들이었다. 반면 사회적 약자를 모욕하거나 혐오성 발언을 내뱉는 자들은 오히려 무죄를 받거나 아예 재판전에 검사들이 사건을 기각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실을 비판한 책이 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말년에 발표한 진실 유포죄 - 법학자 박경신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를 말하다 (박경신 지음)라는 책이다. 벌써 5년이 되었는데, 그때보다 언론의 자유가 더 위축된 현실에 특히 직접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고 있는 처지에 이 책을 보니 더 크게 와닿는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공감하고 적극 동의하는 것은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폐지하고 혐오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폐지는 진작부터 찬성했지만 혐오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들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권력자와 기득권을 비판하지 못하게 만든게 명예훼손과 모욕죄라면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비하했을 때 처벌하는 근거가 혐오죄인 것인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있지만 혐오죄에 대한 처벌은 없다. 강자를 비판하면 죄, 약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면 무죄인 것이다. 이게 바로 불합리 아니겠는가.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언론과 시민들의 입막음을 위한 악법이다. 이 법은 폐지하는게 옳다.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과 적폐 등에 관심이 있는 깨어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한 번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불의앞에 침묵하지 말고, 침묵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참고: 저자 박경신]
태안 안면도 출생.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UCLA 로스쿨 J.D. 학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 2008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때 2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법률 봉사활동, 삼성중공업 ‘무한책임’ 운동, ‘IOPC 1조원클럽’ 가입운동을 벌였고 2009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사이버모욕죄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표현의 자유, 언론개혁, 사법개혁, 국민의 알 권리 등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1년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를 연재하던 중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일로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네르바 사건’, ‘언소주’, ‘장자연 사건’, ‘인터넷 실명제’, ‘변호사 수 제한 철폐 운동’, ‘서기호 판사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명한 사건들의 중심에서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피력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법 클리닉을 개설하여 네티즌들과 독립예술가를 위한 저작권 및 명예훼손 등의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는 저작권, 초상권, 상표권 기타등등』을 썼고 『호모 레지스탕스』 『자유주의의 가치들』 『떼법은 없다』 등을 공저했으며, 『생명의 지배영역-낙태와 안락사에 대한 일고찰』 『해상사고선주책임제한 주요 판례집』 등을 편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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