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80

시) 시인 신석초 作 고풍, 바라춤

시인 신석초 詩 고풍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이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유치환 作 깃발, 바위, 생명의 서, 그리움, 의주길, 춘신

시인 유치환 詩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수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에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신석정 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산수도, 추석, 임께서 부르시면

시인 신석정 詩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빛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이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밤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김광섭 作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

시인 김광섭 詩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인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꽈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이육사 作 자야곡, 꽃, 호수, 황혼

시인 이육사 詩 자야곡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 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날려 항구에 돌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절여 바람 불고 눈보라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소리 숨 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노라.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순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움직거려 제비떼 까맣..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이육사 作 청포도, 광야, 일식, 절정

시인 이육사 詩 청포도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며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리.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박용철 作 떠나가는 배, 고향, 눈은 내리네

시인 박용철 詩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미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고향 고향은 찾어 무얼 하리 일가 흩어지고 집 흐너진대 저녁 까마귀 가을풀에 울고 마을 앞 시내로 옛자리 바뀌었을라. 어린 때 꿈을 엄마 무덤 위에 남겨두고 떠도는 구름 따라 멈추는 듯 불려온 지 여남은 해 고향은 이제 찾어 무얼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이은상 作 가고파

시인 이은상 詩 가고파 -내 마음 가 있는 그 벗에게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 지라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양주동 作 산길, 산 넘고 물 건너,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시인 양주동 詩 산길 1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호울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 없이 밤에 호올로 산길을 간다. 2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3 꿈같은 산길에 화톳불 하나. (길 없는 산길은 언제나 끝나리) (캄캄한 밤은 언제나 새리) 바위 위에 화톳불 하나. 산 넘고 물 건너 산 넘고 물 건너 내 그대를 보려 길 떠났노라. 그대 있는 곳 산 밑이라기 내 산 길을 토파 멀리 오너라. 그대 있는 곳 바닷가라기 내 물결을 헤치고 멀리 오너라. 아아, 오늘도 잃어진 그대를 찾으려 이름 모를 이 마을에 헤매이노라.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이 나랏 사람은 마음이 그의 ..

배움/시 2010.07.14

시) 시인 김영랑 作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오매 단풍 들것네, 내 마음을 아실 이

시인 김영랑 詩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어느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르러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은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

배움/시 2010.07.1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