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사관리의 틀과 운영 노하우
공선표(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영학 博)
외환위기 이후 Global Standard라고 해서 인사관리의 틀을 도입했으나 과연 우리 문화와 조직풍토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성과주의라는 서구식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뭔가 뒤쳐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또한 그러한 시스템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한 「연봉제」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연봉제를 도입한 국내기업들 중 많은 기업들이 무늬와 틀만 바꿔놓고 운영상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해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면 이러한 시스템을 움직일 한국적인 관리 노하우가 필요한데 시스템에 비해서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이러한 운영 노하우가 우리 기업들에게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스템 작동에 필요한 특별한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흔히 기업경영상의 핵심과제는 외관의 틀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영할 「사람」과 그러한 사람들을 한방향으로 묶어주는 내면의 「가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즉 사람에 대해서는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즉 조직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운영기법이 필요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주는 가치(Value)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GE의 잭웰치도 GE에 취임했을 때 뼈저리게 느낀 점도 「Soft문제」였다. 그래서 「크로톤빌」연수원을 통하여 가치(Value), 문화(Culture), 비전(Vision), 리더십(Leadership) 등의 Soft적인 도구를 개발하고자 했고, 그래서 크로톤빌 연수원을 「기업을 변혁시키는 중심장소」로 생각하여 Hard와의 조화를 기할려고 노력했다. 이때부터 Value와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를 통해 기업의 경영자는 시스템에 걸맞는 관리 노하우와 운영노하우를 축적하고자 했던 것이다.
기업의 문화가 한국적 인사관리의 핵심과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기업문화와 성과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여기서의 성과는 기업의 이익극대화라는 측면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종업원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종업원 만족이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성과가 뒷받침 되지 않는 문화는 액세서리에 불과하고 하나의 패션이나 유행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성과지향적인 문화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제도의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러한 제도의 틀이 종업원들에게 제대로 수용될 수 있느냐 하는 Value와 기업문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라는 제도의 틀이 제대로 종업원들에게 침투되기 위해서는 첫째, 가치와 문화라는 Soft적인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둘째, 가치와 기업문화운동이 성과와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과를 가미하기 위해서는 그룹이나 집단의 문화가 아닌 개별문화로 더욱 세분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세분화된 문화가 그 부문의 업의 특성에 부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가치와 문화 등의 Soft적 요소가 혁신의 뼈대를 구성하는 Hard와 융합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회사와 종업원, 그리고 경영층과 종업원간의 「신뢰」이다. 구조조정이후 구성원들의 불신이 팽배한 현실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선진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난 이후 구성원과 회사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취한 조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적인 인사의 틀은 성과주의 구축기, 보완기를 거쳐 새로운 틀을 탐색하는 기간으로 옮겨 가고 있으나 인사의 틀이 우리 기업의 문화와 적합한지를 따져 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인사의 틀이 문화나 조직풍토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따지면서 과연 어떤 조치들이 나와야 제대로 접목될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Global Standard적인 인사시스템이 비판적인 내부의 시각을 일부 수용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끌고 가는 기업군도 있을 것이고 한국적 틀을 새롭게 짜서 제대로된 인사관리의 틀을 모색하자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한국적 인사관리의 과제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과 한국의 현실이 맞는 사람관리의 방식을 찾는 일이다. 연봉제나 평가의 틀 자체가 한국형, 미국형, 일본형으로 나뉘어지는 것은 그 유형에 맞는 각 나라의 성과를 내는 기질이 다르다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한국적 인적자원관리의 모형은 한국인들을 어떻게 해주면 최대의 성과를 낼 것이냐를 따지는 것이다. 한국적 틀에 걸맞는 운영 노하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이 회사나 조직에 쏙 빠져들게끔 해서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들을 만날 때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 한국적 인사관리를 다루는 기본이 아닐까 한다.
첫째, 한국인들은 내세보다 현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번 마음을 다 잡아 먹으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데, 마음을 다잡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무서운 저력을 가진 한국인들을 뭉치게 하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한다.
요즘 들어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두 번째의 분위기 조성이다. 풀어쓰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미래는 「불규칙 바운드」이므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공을 잡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의 규칙 바운드에 익숙한 분위기를 빨리 바꿔가야 한다. 미국식 분위기가 아니라 한국식으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감동과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복잡한 현대화사회에서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주는 첫 번째 포인트는 “독창성”이다. 열명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한명이 “깊이 있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은 높아도 성공시에는 대박가능성이 있다. 독창성을 키우기 위한 한국식의 조치가 따로 있을지 만무하지만 우리 방식의 독창성을 키우는 기법이 필요하다.
감동을 주기 위한 두 번째 포인트는 “고객과 직원의 동시감동”이다. 직원들에게 고객감동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내부 구성원들이 만족하지 않으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고객보다 앞서 직원을 감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감동의 요체는 직원들이 신나고 즐겁게 일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러한 분위기가 독창성과 연결될 때 가능해진다는 한국인의 특질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한다.
셋째, 개인의 사생활을 만족하게 해주자는 것이다. 종전의 기업은 생산성이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직장내의 환경개선에 주력하고 사원들의 사생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의 사생활 만족도가 낮으면 생산성과 업무효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개인의 사생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사생활에 많은 관심을 쏟음으로써 업무효율도 올리고 개개인의 생활만족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윈윈관계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최근 선진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일과 생활의 균형」문제와 비슷한 논리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생활 보호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차원에서 사원들을 신바람나게 한다.
① 사원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한 상황이 되었을 때 이를 평상시 수준으로 되돌리게끔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개인적인 문제, 부모님의 건강, 자녀양육 등의 고민이 있을 때 기업이 나서서 보육시설을 만들고, 자녀문제에 전념할 수 있게끔 휴가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며 거기다가 따끈따끈한 정보를 알려주는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사원들이 직장에 전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② 사원들의 특성에 맞는 근무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 사람의 성과를 한단계 높이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근무지를 바꾸고 싶어하는 직원, 근무시간을 자기의 생활시간대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고 싶은 직원, 엄격한 성과주의에 따라 평가받기를 원하는 사람과 팀워크를 중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이들이 만족할 만한 선택적인 제도를 만들어줌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이상 발휘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넷째, 개인의 욕구에 철저하게 대응하라. 전직이 일상화되려는 한국적 상황에서 볼 때 우수인재의 전직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또한 그들을 붙잡아 둘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
① 도전기회를 제공하라. 우수한 인재일수록 30대에 권한을 갖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자회사 경영, 신규 사업 등에 의도적으로 투입을 함으로써 성장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② 회사가 우수인재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 회사가 우수인재에 대해 거는 기대를 구체적으로 나타냄으로서 조직에 대한 사명감과 의욕을 북돋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③ 경쟁심을 자극하라. 우수인재는 세계수준의 기업 또는 우수한 인재가 많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 경향이 있으므로 우수인재들간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것 자체가 우수인재를 붙잡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④ 평소에 세심한 관리를 하라. 어떠한 인재든간에 자신이 전직을 결심한 다음에는 상사가 설득하고 연봉을 인상해주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소용이 없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과 같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세심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위의 4가지 경우는 핵심인재, 우수인재라는 소용돌이에 처한 한국적 상황에서 볼 때 운영 또는 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한국적 인사관리의 노하우가 아닌가 한다.
결국 한국적 인사관리의 틀은 기업문화와 조직풍토에 어울리는 유형을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제도의 틀과 그 조직의 구성원이 가진 의식이나 행동수준에 따라 다음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제도가 조직구성원의 의식수준을 앞선 경우 (제도〉의식)로서 제도가 그 조직의 구성원들을 끌고 가는 유형이 있고 둘째, 제도가 조직구성원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의식〉제도)로서 구성원의 의식수준은 선진수준 또는 초일류기업의 구성원과 같이 가고 있는데 기업의 제도나 틀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이다. 커뮤니케이션 회사 등 창의력, 창조성을 우선시하는 서비스업계통에 많은데 이들 기업들은 구성원의 의식을 따라잡기 위해 2~3년마다 새로운 틀을 리모델링 하면서 구성원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셋째, 제도와 조직구성원의 의식수준이 일치되는 경우 (제도=의식)인데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한국형 모델이라는 것은 제도와 조직구성원의 의식수준을 맞추는 작업의 일환이고 이러한 작업의 결과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구축의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결국 한국적 인사관리의 틀은 선진기업을 베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전반적인 트렌드와 추세를 무시해서도 안된다. 선진동향과 틀을 감안하면서 우리 기업의 문화와 풍토 그리고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원들의 의식수준을 충분히 반영한 한국식 또는 우리 기업에 꼭 맞는 「특성화 모델」을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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