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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57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8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또 어머니와 아내가 서울서 내려와서 종산 우종서 목사에게 의탁하여 있을 때에는 준영 삼촌이 소바리에 양식을 실어다 주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렇게 준영 삼촌의 일을 고맙게 말씀하시고 나서, "네 삼촌님이 네게 대한 정분이 전과 달라 매우 애절하시다. 네가 나온 줄만 알면 보러 오실 것이다. 편지나 하여라." 하셨다. 어머니는 또 내 장모도 전 같지 않아서 나를 소중하게 아니, 거기도 출옥하였다는 기별을 하라고 하셨다. 내가 서대문 감옥에 있을 때에 장모가 여러 번 면회를 와 주셨다. 나는 곧이라도 준영 숙부를 찾아가 뵈옵고 싶었으나 아직 가출옥중이라 어디를 가려면 일일이 헌병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왜놈에게 고개 숙이고 청하기가 싫어서 만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정..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7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나는 서대문에 있을 적에 어떤 강도가 중형을 지고 징역을 하는 중에 그의 공범으로서 잡히지 않고 있다가 횡령죄의 경형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 밀고하여 중형을 지우고 저는 감형을 받아서 다른 죄수들에게 미움을 받는 사람을 보았다. 이것을 생각하니 문가를 덧들여 놓았다가는 큰일이다. 이자가 내가 17년 전의 김창수라는 것을 밀고하거나 떠벌리는 날이면 모처럼 일년 남짓하면 세상에 나가리라던 희망은 허사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문가에게 친절 또 친절하게 대접하였다. 사식도 틈을 타서 문가를 주어 먹게 하고 감식(감옥에서 주는 밥)이라도 문가가 곁에 있기만 하면 나는 굶으면서도 그를 먹였다. 이러다가 문가가 만기가 되어 출옥할 때에 나의 시원함이란 내가 출옥하는 것 못지 아니하였다. 나..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6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인물을 고를 때에는 먼저 눈 정기를 본다는 것이며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동지의 처첩을 범하는 것과 장물을 감추는 것이요, 상 중에 가장 큰 상은 불행히 관에 잡혀가더라도 동지를 불지 아니하는 것이니 이러한 사람을 위하여서는 그 가족이 편안히 살도록 하여 준다는 말도 들었다. 김진사의 말을 듣고 나는 나라의 독립을 찾는다는 우리 무리의 단결이 저 도적만도 못한 것을 무한히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여기서 나는 동지 도인권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는 본시 용강 사람으로 노백린, 김희선, 이갑 등이 장령으로 있을 때에 군인이 되어서 정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가 군대가 해산되매 향리에 돌아와 있는 것을 양산학교 체육 선생으로 연빙하여 와서 우리와 동지가 되어 이번 사건에도 10년 ..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5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그랬더니 그날 저녁에 우리들이 벌거벗고 공장에서 감방으로 들어올 때에 그 역시 벌거벗고 우리 뒤를 따라서, "오늘부터 이 방에서 괴로움을 끼치게 됩니다." 하고 내가 있는 감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퍽이나 반가워서, "이 방으로 전방이 되셨소?" 하고 물은즉 그는, "네. 아, 노형 계신 방이구려." 하고 그도 기쁜 빛을 보인다. 옷을 입고 점검도 끝난 뒤에 나는 죄수 두 사람에게 부탁하여 철창에 귀를 대어 간수가 오는 소리를 지켜 달라 하고 김진사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먼저 입을 열어, 아까 공장에서는 서로 할 말을 다 못하여서 유감일러니 이제 한 방에 있게 되니 다행이란 말을 하였더니 그도 동감이라고 말하고는 계속하여서 그는 마치 목사가 신입 교인에게 세례문답을 하듯이 ..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4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내가 복역한 지 칠팔 삭 만에 어머니께서 서대문 감옥으로 나를 면회하러 오셨다. 딸깍하고 주먹 하나 드나들 만한 구멍이 열리기로 내다본즉 어머니가 서 계시고 그 곁에는 왜간수 한놈이 지키고 있다. 어머니는 태연한 안색으로, "나는 네가 경기 감사나 한 것보담 더 기쁘게 생각한다. 면회는 한 사람밖에 못한다고 해서 네 처와 화경이는 저 밖에 와 있다. 우리 세 식구는 잘 있으니 염려 말아라. 옥중에서 네 몸이나 잘 보중하여라. 밥이 부족하거든 하루 두 번씩 사식 들여 주랴?" 하시고 어성 하나도 떨리심이 없었다. 저렇게 씩씩하신 어머니께서 자식을 왜놈에게 빼앗기시고 면회를 하겠다고 왜놈에게 고개를 숙이고 청원을 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황송하고도 분하였다. 우리 어머니는 참말 갸륵하셨..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3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어떻게 하여서라도 이 자리를 모면하여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던 김홍량도 자기가 안명근의 부탁으로 신천 이원식에게 권고하였다는 것을 자백하였으니 도저히 빠지기 어려울 것이다. 심혈을 다 바치던 교육사업도 수포로 돌아가고 믿고 사랑하던 동지도 이제는 살아 나갈 길이 망연하니 분하기 그지 없었다. 어머니는 안악에 있던 가장집물을 다 팔아 가지고 내 옥바라지를 하시려고 서울로 올라오셨다. 내 처와 딸 화경이는 평산 처형네 집에 들렸다가 공판날이 되어서 온다는 어머니의 말씀이셨다. 어머니가 손수 담으신 밥그릇을 열어 밥을 떠 먹으며 생각하니 이 밥에 어머니 눈물이 점점이 떨어졌을 것이었다. 18년 전 해주에서의 옥바라지와 인천 옥바라지를 하실 때에는 내외분이 고생을 나누기나 하셨건마는 이제..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2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차입밥! 얼마나 반가운 것인가. 그러나 왜놈들이 원하는 자백을 아니하면 차입은 허하지 아니한다. 참말이나 거짓말이나 저희들의 비위에 맞는 소리로 답변을 해야만 차입을 허하는 것이다. 나는 종내 차입을 못 받았다. 조석 때면 내 아내가 내게 들리라고 큰 소리로, "김구 밥 가져 왔어요." 하고 소리치는 것이 들리나 그때마다 왜놈이, "깅 가메 나쁜 말이 했소데. 사시이래 일이 오브소다." 하고 물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깅가메'라는 것은 왜놈들이 부르는 내 별명이다. 그러나 배고픈 것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대였다. 내가 아내를 팔아서라도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에 경무총감 명석의 방으로 나를 불러들여 극진히 우대하였다. 더할 수 없는 하지하천의 ..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1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그러나 도변이 놈의 엑스광선은 내가 17년 전 인천 감옥의 김창수인 줄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연전 해주 검사국에서 검사가 보고 있던 '김구'라는 책에도 내가 치하포에서 토전양량을 죽인 것이나 인천 감옥에서 사형정지를 받고 탈옥 도주한 것은 적혀 있지 아니하였던 것과 같이 이번 사건에 내게 관한 기록에도 그것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내 일을 일러바치는 한인 형사와 정탐들도 그 일만은 빼고 내 보고를 하는 모양이니 그들이 비록 왜의 수족이 되어서 창귀 노릇을 한다 하더라도 역시 마음의 한구석에는 한인 혼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도변이 놈이 나의 경력을 묻는데 대하여서 나는 어려서는 농사를 하다가 근년에 종교와 교육사업을 하고 있거니와 모든 일을 내놓고 하고 ..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30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이번 통에 잡혀 온 사람은 황해도에서 안명근을 비롯하여 신천에서 이원식, 박만준, 신백서, 이학구,유원봉, 유문형, 이승조, 박제윤, 민영룡, 신효범, 안악에서 김홍량, 김용제, 양성진, 김구, 박도병, 이상진, 장명선, 한필호, 박형병, 고봉수, 한정교, 최익형, 고정화, 도인권, 이태주, 장응선, 원행섭, 김용진등이요, 장연에서 장의택, 장원용, 최상륜, 은률에서 김용원, 송화에서 오덕겸, 장홍범, 권태선, 이종록, 김익룡, 장연에서 김재형, 해주에서 이승준, 이재림, 김영택, 봉산에서 이승길, 이효건 그리고 배천에서 김병옥, 연안에서 편강렬등이었고, 평안남도에서는 안태국, 옥관빈, 평안북도에서는 이승훈, 유동열, 김용규의 형제가 붙들리고, 경성에서는 양기탁, 김도희, 강원도..

자서전) 백범일지 - 김구선생 일대기 29

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그러나 우리는 이 사람이 장차 서울 북달은재에서 이완용을 단도로 찌른 의사 이재명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지 못하고 한 허열에 뜬 청년으로만 보았다. 노백린도 나와 같이 생각한 모양이어서 그의 손을 잡고 큰 일을 하려는 사람이 큰 일을 할 무기를 가지고 아내를 위협하고 동네를 소란케 하는 것은 아직 수양이 부족한 것이라고 간곡히 말하고 그 단총을 자기에서 맡겨 두고 마음을 더 수양하고 동지도 더 얻어 가지고 일을 단행하라고 권하였더니, 이재명은 총과 칼을 노백린에게 주기는 주면서도 선선하게 주는 빛은 없었다. 노백린이 사리원역에서 차를 타고 막 떠나려 할 때에 문득 이재명이 그곳에 나타나서 노에게 그 맡긴 물건을 도로 달라고 하였으나 노는 "서울 와서 찾으시오." 하고 떠나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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