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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52

시) 최남선 - 해에게서 소년에게, 봄길

최남선 作 해에게서 소년에게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

배움/시 2010.07.06

시) 이병기 - 난초, 아차산, 오동꽃

시인 이병기 作 난초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아차산 고개 고개 넘어 호젓은 하다마는 풀섶 바위 서리 빨간 딸기 패랭이꽃. 가다가 다가도 보며 휘휘한 줄 모르겠다. 묵은 기와쪽이 발끝에 부딪히고, 성을 고인 돌은 검은 버섯 돋아나고, 성긋이 벌어진 틈엔 다람쥐나 넘나든다. 그리운 옛날 자취 물어도 알 이 없고, 벌건 메 검은 바위 파란 물 하얀 모래, 맑고도 고운 그 모양 눈에 모여 어린다. 오동꽃 담머리 넘어드는 달빛은 은은하고 한두 개 소리 없이 내려지는 오동꽃을 가랴다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노라. ---..

배움/시 2010.07.06

시)서정윤 시집 홀로서기 中 눈 오는 날엔

서정윤 시집 홀로서기 中 눈 오는 날엔 눈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

배움/시 2010.07.06

시) 헤르만 헷세 – 갖가지의 죽음, 때때로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갖가지의 죽음 이미 갖가지의 죽음을 나는 죽어 보았다. 갖가지의 죽음을 다시 나는 죽으련다. 수목 속의 나무같은 죽음을, 산 속의 돌같은 죽음을, 모래 속의 흙같은 죽음을, 살랑이는 여름 풀의 잎같은 죽음을, 불쌍한, 피에 젖은 인간의 죽음을. 꽃이 되어 다시 태어나련다. 수목이 되어, 풀이 되어, 물고기, 사슴, 새, 나비가 되어. 이러한 갖가지의 형태에서 그리운이 최후의 고뇌, 인간고의 계단으로 나를 이끌 것이다. 오, 떨면서 켕기는 활이여. 그리움의 광폭한 주먹이 삶의 양극을 서로 맞서게 굽히려 한다면 때때로 또는 다시 여러 번 곤란에 찬 형성의 길인 성스러운 형성의 길인 탄생으로, 너는 죽음에서 나를 몰아칠 것이다. 때때로 때때로 모든 것이 믿을 수 없는 것..

배움/시 2010.06.30

시) 헤르만 헷세 – 평화, 새로운 체험, 쓸쓸한 저녁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평화 누구나가 다 갖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존중하지 않았다. 달콤한 그 샘물은 누구에게나 힘을 불어 넣었다. 아, 지금은 평화라는 말이 기막히게 울린다. 아주 멀리, 시름하게 눈물에 젖어서 울린다. 아무도 그날을 모른다. 평화의 첮 밤을. 상냥한 별이여, 네가 드디어 마지막 전투의 포연 위에 나타날 때. 밤마다 나의 꿈은 너를 바라본다. 희망은 성급히 움직여, 예감 속에서 벌써 금빛 나무열매를 딴다. 어느 날엔가 반가이 맞이하자. 다른 미래의 아침 노을이여. 피와 고난에서 벗어나. 네가 우리들의 지상천국에 나타날 때. 새로운 체험 다시 베일이 벗겨지는 것을 본다. 가장 신뢰하던 것이 서름해진다. 새로운 별하늘은 눈짓을 하고 꿈을 억제당한 채 영혼을 걸어 간다. ..

배움/시 2010.06.30

시) 헤르만 헷세 – 여행의 비결, 쉴 사이 없이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여행의 비결 목표 없이 방황하는 것은 청춘의 기쁨. 그 기쁨도 청춘과 함께 사라졌다. 그 후론 목표와 의지를 느끼면 나는 그 자리에서 떠나 버렸다. 목표만을 쫒는 눈은 방황의 진미를 맛볼 수 없다. 가는 길마다 기다리고 있는, 숲이나 강이나 장려한 것들이 가리워져 있을 뿐. 이제는 나도 방황을 더 배워야겠다. 순간의 티 없는 반짝임이 동경의 별 앞에서 빛을 잃지 않도록. 방황의 비결은, 남들이 輪舞에 함께 얼릴 때나 휴식할 때도 사랑하는 먼 곳으로의 길 위에 있다는 것. 쉴 사이 없이 영혼이여, 너 불안한 새여. 너는 되풀이 물어야 한다. 이 많은 격정의 날들이 지난 후 언제 평화가 오는가, 안식이 오는가고. 오, 너는 알고 있다. 우리들이 땅 속에서 조용한 나날을..

배움/시 2010.06.30

시) 헤르만 헷세 – 권고, 흰 구름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권고 아니, 벗이여. 너는 혼자서 너의 길을 찾아 가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라. 나의 길은 멀어 피로에 가득하고 가시와 밤과 슬픔 속을 지나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분과 저쪽 길을 가거라. 그 길은 평탄하고 많이들 지났노라. 나는 혼자서 고독에 잠겨 외로워하고 기도하려 하느니라. 하여, 산 위에 선 나를 보고도 나의 날개를 부러워하지 말라. 나를 높은 하늘 가에 있노라 잘못 여기라. 그러나 산은 언덕이였음을, 나는 아노라. 흰 구름 오, 보라.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구름은 다시 푸른 하늘 멀리로 떠 간다. 긴 여정에서, 방랑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해나 바다나 바람과 같은 하아얀 것..

배움/시 2010.06.30

시) 헤르만 헷세 – 산 속에 있는 날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산 속에 있는 날 노래하라, 마음이여. 오늘은 너의 시간! 내일이면 너는 죽어 있다. 별이 반짝여도 볼수 없고 새가 지져겨도 들을 수 없다. 노래하라, 마음이여. 너의 시간이 타오르는 동안 너의 잠시간의 시간이. 별을 뿌린 듯 반짝이는 눈 위에서 해는 웃고 구름은 먼 골짜기 위에 꽃처럼 쉰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두가 다 열이요. 빛이다. 억누르는 그림자 하나 없고, 괴롭히는 근심 하나 없다. 호흡이 아주 상쾌하다. 호흡은 축복이고 기도고 노래이다. 호흡하라,영혼이여 해를 바라고 가슴을 펴라. 너의 잠시간의 시간 동안. 인생은 들거운 것. 기쁨과 슬픔도 즐거운 것. 바람에 흩날리는 눈가루는 제마다 행복하다. 나도 행복하다. 나는 우주창조의 핵심. 지구와 태양의 가..

배움/시 2010.06.30

시) 헤르만 헷세 – 잠들려 하며, 꽃 나무 새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잠들려 하며 하루의 일과에 아주 지쳐 버렸다. 절실한 소원은 어린 아이처럼 다정히 별하늘을 맞아들이는 것. 손이여, 일을 모두 멈추라. 이마여, 생각을 모두 잊어버려라. 나의 전 감각은 지금 졸음 속에 잠기고 싶어 한다. 守衛가 없는 영혼은 마술의 밤세계에서, 깊이 천배나 살기 위하여 자유로운 날개로 떠오르려 한다. 꽃, 나무, 새 공허 속에 혼자 있으면, 마음이여 너는 외롭게 타오른다. 괴로움과 검은 꽃이 심연에서 너에게 인사한다. 괴로움의 높은 나무가 가지를 편다. 그 가지에서 새가 영원을 노래한다. 괴로움의 꿈은 묵중하여 말을 모르고 그 나무는 자라 구름 속에 닫고 그 새는 끊임 없이 노래를 한다.

배움/시 2010.06.30

시) 헤르만 헷세 – 고난기에 사는 친구들에게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고난기에 사는 친구들에게 이 암담한 시기에도, 사랑하는 벗들이여. 나의 말을 받아들여라. 인생을 밝게 여기든 울적하게 여기든, 나는 인생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햇빛과 폭풍우는 같은 하늘의 다른 표정에 지나지 않다. 운명은 즐겁든, 괴롭든 훌륭한 나의 양식으로 쓰여져야 한다. 오불꼬불한 오솔길을 영혼은 걷는다. 그의 말을 읽는 것을 배우라! 오늘은 괴로움인 것을, 그는 내일이면 은총이라 찬양을 한다. 설익은 것만이 죽어 간다. 다른 것들에게는 신성을 가르치겠다. 낮은 곳에서나 높은 곳에서나 영혼이 깃든 마음을 기르는 그 최후의 단계에 이르러서야 우리들은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 거기에서 우리들은 하나님의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하늘을 우러를 수 있다.

배움/시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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