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서평

집단 기억의 파괴 - 흙먼지가 되어 사라진 세계 건축 유산의 운명을 추적한다 (저자 로버트 베번)

올드코난 2017. 3. 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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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발표한 ‘집단기억의 파괴’는 로버트 베번이 전쟁과 파괴의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집필한 책으로 수전 손택 (Susan Sontag)의 타인의 고통Regarding the Pain of Others에 버금가는 강렬함으로 인간과 건축물의 숙명을 다뤘다는 평을 받는 세계적으로 많이 읽혀진 책이다.


‘집단기억의 파괴’는 문명을 상징하는 수많은 유적들을 누가 왜 파괴시켰는지에 대한 고발과 반성을 담고 있다. 베데커 공습으로 파괴된 1455년에 지어진 요크의 길드 집회소처럼 전쟁으로 인한 파괴들 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사상과 인종말살같은 이유와 광기, 그리고 독재자의 우상숭배,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고의적으로 유적들이 파괴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런 일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역시 해당되는 일이다. 일제강정기와 6.25전쟁, 그리고 독재를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파괴되고 훼손되었으며 방치되고 있는가. 그리고 개발 독재시기에는 옛것은 나쁘고 새것은 좋다고 민중을 현혹하며 뜯고 새로 만들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아파트 같은 번듯해 보이는 시멘트 건축물들로 가득채워지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집단기억의 파괴’는 여전히 박정희독재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한번쯤은 읽어 보고 우리 자신을 돌아 보게 만든다. 꼭 한 번 이상 읽어 보기를 바라며.


[참고: 목차]

서장 건축과 기억의 적, 1장 문화청소: 누가 아르메니아인을 기억하는가?, 2장 테러: 사기와 메시지 그리고 선전, 3장 정복과 혁명: 야만과 야욕, 4장 울타리와 이웃: 분할이 낳은 파국, 5장 기억하고 경계하라: 재건과 기념, 6장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라: 보호와 기소


[참고: 저자 로버트 베버]

영국 건축 잡지 빌딩 디자인Building Design 전임 편집인 출신의 건축 저널리스트 겸 저술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거주하며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신문과 잡지에 건축, 디자인, 주택문제와 관련한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유력지 파이낸셜 리뷰The Financial Review에 주말마다 주거문제를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에 관한 글을 연재했고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건축과 교수 케스터 래튼베리Kester Rattenbury, 영국의 건축 및 디자인 잡지 아이콘Icon의 부편집장 키런 롱Kieran Long과 공저로 발표한 오늘날의 건축가들Architects Today(2004)에서는 오늘날 가장 위대한 건축가에서부터 떠오르는 신예 건축가에 이르기까지 현대 건축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총망라했다.

[참고: 번역 나현영]

경희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업에 종사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낭만주의의 뿌리』(공역), 『편집증』, 『쿤/포퍼 논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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