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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와 기업경영

올드코난 2010. 6. 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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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와 기업경영

[정보화시대의 기업경영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경영자의 새로운 좌표는 무엇인가?]

 

 

정보혁명

 

죠지 바실리우(George V. Vassiliou)의 말대로 5000년 전에는 문자가 창조되었고, 500년 전에는 인쇄술이 발명되었고 50년 전에는 시청각 기술과 컴퓨터가 생겨났고, 5년 전부터는 상업적 네트워크의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었다. 컴퓨터의 발달로 FAX나 E-Mail은 물론 Internet에 의하여 전세계의 컴퓨터 사용자 상호간에 Network이 형성되어 가고 있고 이제는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문서, 영상,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교환할 수 있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방대한 백과사전도 한 장의 CD-ROM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시간의 단축과 공간의 압축이 정보화의 효과이다. 이러한 정보혁명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용량 확대 (1초에 1억4천만 개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화와 데이터 압축기술, 복합통신, 컴퓨터와 통신의 동시적 사용 등, 통신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기인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정보화는 우리의 경제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세계화의 근원적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IMF체제하에서 경제적 고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화의 구호를 선진국 다국적 기업들의 경제적 책략으로 이해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으나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혁명이 지속되는 한 다양한 세계화는 불가피하다.

 

먼저 경제면에 있어서는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제품 등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선진국에 있어서는 정보화에 관련된 산업이 GDP의 50-70%를 차지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정보 관련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여 소득과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편집, 시청각, 마이크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전화와 통신 네트웍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업종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고 기업 합병과 대규모의 조직 개편이 다른 산업에도 파급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이 생겨난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정보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웬만한 기업치고 internet의 홈페이지를 띄우지 않는 기업은 없게 될 것이다. 회사는 자기 상품에 관한 정보를 전 세계에 전파하여 바이어를 찾게 될 것이고, 전세계의 공급자로 부터 구매할 물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과 개인의 선택지(選擇肢)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최선의 품질과 가격을 제공하지 않으면 물건을 팔기 어렵게 된다. 그야말로 무한 경쟁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정보화, 세계화의 추세에 기업경영의 방식이 변모하는 몇 가지 모습을 보기로 한다.

통합과 분리

 

지금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한편으로 기업이 합병과 매수를 통하여 점점 거대화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기업을 소 단위의 독립적인 기업으로 분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형상은 다 같이 세계화, 정보화에 대응하는 경영 전략의 일환(一環)이다. 먼저 세계화에 따라 무역 자유화가 진전되어 시장의 국경이 없어지고 세계적 단일 시장이 형성되면 동종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통합은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거대기업은 제도적 경직성과 관료주의 때문에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래서 이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거대기업을 다수의 독립기업으로 분리시켜 하나의 network를 형성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 일례로 세계 최대의 중전기 생산업자인 스위스의 브라운 보바리 회사 (ABB)는 년간 350억 달라 이상을 벌어 들이는 거대한 기업인데 최근에 1300개의 독립회사로 분할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미국에 있어서도 1970년대 전반까지는 비관련 산업의 기업을 인수하여 기업집단(conglomerate)을 형성하는 것이 유행하다가 1970년대 후반부터는 기업의 합병이 아니라 분화(deglomerate)의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서둘러 왔다. 그 이유는 기업 집단화는 효율성과 수익성에 역행하여 주력 업종의 자금 압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고 급격한 국제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처해 나가는데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거대화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내부적으로는 분권화와 networking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기업의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거대기업의 분화보다는 통합의 방향으로 정부가 이끌고 있는것 같다.

 

Networking

 

대기업을 소단위의 기업 군으로 분할 한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기업집단의 경제적 또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퇴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의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물론 통신수단을 활용하는 Networking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networking의 대표적인 예는 Internet의 World Wide Web이라는 통신망일 것이다. 불과 수년동안에 이 정보망을 이용하는 사람이 수천에서 수억으로 증가하였는데 이 시스템에는 중앙 통제기구가 없다. 다만 이 시스템의 구성원들은 컴퓨터 사용상의 규칙에 따라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얼른 보기에 무질서한 것 같이 보이지만 거기에는 자동적인 조직원리가 있어 중앙 통제 없이도 잘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중앙통제가 있다면 그 시스템은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제는 거대한 기업조직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가고 거대한 network이 최강의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예컨대 맥도날드 햄버거의 경우를 보자. 맥도날드는 전세계에 약 2만4천 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 network에 참가한 각 점포는 거의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 다만 프란차이스(franchise)의 요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개인 멤버로서 얻기 어려운 서비스나 인프라를 제공받는다. 만약 맥도날드 본부가 각 점포 운영에 직접 간섭하거나 통제를 행사한다면 맥도날드는 오늘의 번영을 누릴수 없을 것이다.

 

다음에 미국 콜로라도 산촌에서 한 부부가 경영하는 [웨스턴 아이 프레스] 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호화판 사진집 또는 가이드북을 출판하여 크게 성공한 기업인데 그 부부는 자택의 지하실에서 컴퓨터로 판을 짜고 고성능 프린터를 이용하여 원고를 작성한다. 다음에 그것을 서울의 인쇄소에 보내면 동 인쇄소는 고화질, 저가격으로 책을 만들어서 상기 회사가 지정하는 세계 도처의 서점으로 직송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크리스마스 계절이 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반드시 꽃과 선물을 파는 회사의 광고가 나타난다. 이 회사들은 세계의 거의 모든 컴퓨터 사용자로부터 E-mail을 통하여 꽃과 각종 선물의 주문을 받고 세계도처의 받는 사람에게 꽃 또는 선물을 지정한 날짜에 어김없이 배달한다. 물론 대금은 크레디트 카드로 결재된다. 이러한 장사가 가능한 것은 이 회사는 세계 모든 도시의 꽃 장사와 선물 판매자와 network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network를 활용하는 사업이 앞으로 수없이 생겨날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판매 네트웍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경영 조직

 

강력한 Network의 공통점은 network의 각 부분이 마치 위의 꽃 장사처럼 각자가 network의 주역인 것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회사의 경우라면 탁월한 능력과 책임감을 가진 각 부서가 마치 독립된 기업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수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대기업의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이 network의 마디가 되어 자기가 맡은 일과 책임을 다 한다면 그 기업은 그야 말로 천하무적의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우리나라의 전통적 위계주의(位階主義) 인사조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위계보다 기능에 초점을 두는 인사조직을 편성하고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top-down 보다는 bottoms-up에 중점을 둔다. 우리는 한 기구를 창설할 경우 부장이 몇 명, 과장이 몇 명 등으로 위계 중심의 인사조직을 생각 하지만, 그들은 회계사가 몇 명, 법률가가 몇 명, Janitor가 몇 명 등으로 전문적 기능 중심의 인사조직을 생각한다.

 

네트웍이 잘되어 있는 회사 내에서 리더가 할 일은 능력있는 유능한 인재를 모집하고, 회사의 기본 방침을 가르쳐 주고, network의 마디에 위치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자기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중의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제 구실을 못할 때에는 그 부분을 신속히 갈아 치워야 한다. 마치 자동차의 부품을 갈아 끼우듯이 말이다. 한편 종적, 횡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문을 항상 열어 놓고 모든 부분이 정보를 공유하는 가운데 밑으로 부터 새로운 발상과 제안이 위로 전달되는 체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상층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수동적(受動的)인 하부 직원에게 이래라, 저래라 일방적 지시를 난발하는 종래의 관리방식은 실패를 보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21세기에 대기업의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거대한 조직 내에서 활기와 창조의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다수의 작업단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몇 십 개 혹은 몇 백개의 독립한 작업단위가 network로 연결되어 전체적 조화를 이루는 조직체계를 만드는 것이 관리자의 기본 과제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을 다시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은 언제나 무력하고 대기업의 억압을 받는 약자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networking을 활용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가능성이 떠오른다. 건설업 분야에서 한가지 예를 들자. 우리 나라에서는 건설업의 하청이 항상 말썽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하청 중소 기업들이 network를 형성하여 대기업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즉, 각종 건설자재, 건설 중장비, 각종 시공 전문 중소기업들이 network를 조직하고 상호 연락과 조정, 그리고 공동 구매를 위해 하나의 센터를 설치한다. 공사 입찰의 경우 센터는 각 멤버에 정보를 제공하고 멤버들은 그 정보에 따라 자기의 수용가격을 통보한다. 센터는 그것을 종합하여 입찰에 응하면 하청의 중간 마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으므로 대기업과 능히 경쟁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멤버들은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며 자기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므로 공사비도 절약되고 품질도 향상 될 것이다. 건설에 부수되는 부정과 비리를 청산한다면 이러한 networking은 충분히 가능하다.

 

Networking을 떠나서라도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제 분업의 추세를 보면 부가가치가 낮은 규격화된 상품의 대량생산은 후진국의 몫이 되어 가는 반면에 소비자들의 특수한 기호에 영합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은 기술 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고 선진국의 몫이 된다. 그런데 그러한 상품 생상에는 조직 및 경영상의 신축성이 높고 고객과의 인간관계가 밀접한 중소기업이 비교우위를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있어서도 대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5년 이래 미국에서는 주로 정보 관련산업에서 매년 100만개 이상의 중소회사가 탄생하였다. 매년 미국시민 250인 중의 한 사람이 새 회사를 창설했다는 말이 된다. 미국의 총수출액의 반 이상을 종업원 19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고 종업원 500인 이상의 회사는 총수출액의 7%를 차지하고 있는데에 불과하다. 미국의 Fortune誌가 보도하는 상위500개의 산업 생산액이 미국 총생산액에서 점하는 비율이 1970년의 20%에서 지금은 10%로 하락하였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1996년 통계를 보면 사업체 총수의 99%가 중소기업인데 종업원수의 비중은 69%, 총생산액의 비중은 46.8%, 총 부가가치의 비중은 47%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이 나라 경제력은 전체 기업수의 약 1%에 불과한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비중이 1992년에 비해 별로 달라지는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종업원수의 비중은 1992년의 65.8%에서 1996년에는 69.2%로 약간의 상승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이제는 중소기업들도 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networking을 통하여 自强을 도모해야 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거대기업의 분사화를 통하여 몸통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투명성과 정직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정보의 정확성이 문제가 된다. 인터넷으로 거짓 정보를 흘려서 사기를 치는 사람과 기업들이 있는데 그들은 오래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공권력의 단속도 있으려니와 시장에서 억지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신용없는 기업이 많으면 기업의 신용도를 조사해 주고 돈을 버는 전문 기업이 반드시 생겨나게 마련이다. IMF 환란을 계기로 하여 예전에는 듣지도 못했던 외국의 신용평가 회사가 우리 금융기관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국내에도 신용조사 회사가 많이 생겨날 것이다. 마치 인체에 병균이 생기면 그것에 저항하는 다른 세균이 작용하듯이 시장경제는 사람의 몸과 같이 자연 치유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화 시대에는 투명성과 정직을 보여주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 남기 힘들게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투명도가 높아지면 보다 높은 행동 기준을 요구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기업경영 뿐만 아니라 국가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정보화시대에는 한나라의 인권 유린은 인터넷을 통하여 전세계에 전파되어 국제적 비난을 받게 된다. 그래서 북한의 독재체제는 국제사회로부터 끊임없는 지탄과 시정의 압력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체제자체가 붕괴하고 말 것이다.

 

창조력과 지식

 

경제학에서 생산의 3요소로 토지, 자본, 노동을 들고 있는데 이제는 지식과 기술이 가치 창출의 주요인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작년 10월 필자가 참석한 IMF-IBRD의 년차 총회에서 개최된 세미나의 하나는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를 주제로 하는 것이었다. 경제개발 기관인 세계은행에서 "지식 경제"를 다루게 되었으니 隔世의 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보화사회에 있어서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기업에 성공할 확률이 크다. 상속받은 자산이나 자본력이 없더라도 Microsoft의 빌 게이츠처럼 지식과 창조력이 있으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토지, 금, 주식 같은 것은 경제의 풍향에 따라 그 가치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지만 사내에 축적한 지적 자산은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은 없다. Peter Drucker가 지적한 대로 지적 자산은 회사의 대차대조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기업의 최중요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경영에 있어서 지식과 창조성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대기업들은 국내외에서 널리 인재를 모집하고 사내 연수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다. 그러나 창조성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국민교육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준비를 위한 주입식 교육에 매달려 창조성 개발에 힘을 쓸 겨를이 없이 지내 왔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이들이 10세가 되기 전에 창조성을 개발하지 못하면 잠재적 창조성의 90%를 상실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300인 이상, 일본은 5인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는데 우리는 아직 한 사람의 수상자도 내지 못했다. 지금 교육개혁이 진행 중인데 이번만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참고로 스웨덴에서는 컴퓨터 1인 1대의 보급률을 달성하기 위하여 컴퓨터 구입에 세금을 면제한다 하는데 우리도 컴퓨터의 보급과 정보처리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기 바란다.

 

변화에서 Needs를 발견해야

 

필자는 [經濟如體]라고 쓴 일이 있다. 경제는 인간의 몸과 같이 생명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의 특징은 몸 전체에 신경 조직이 뻗쳐 있고 그 신경을 통하여 외부 환경의 정보가 뇌에 전달되면 즉각적으로 자기반응을 일으킨다.

 

기업도 새로운 정보에 대응하여 신속한 자기반응을 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가는 변동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아무런 변화 없이 무사안일로 세월을 보내는 경영자는 진정한 의미에 기업가가 아니다. 기업가는 오히려 변동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고 오히려 변화의 도전을 즐기는 특수한 인종이라 할 수 있다. 일전에 나의 친구 한 사람이 문제가 많은 기업의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인사차 왔다. 왜 그런 기업을 떠맡아 고생을 자청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망하는 기업을 맡아야 살릴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라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공무원 출신이지만 이 말을 듣고 그는 기업가의 소질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직감하였다.

 

경제적 변화이건 기술적 변화이건 거기에는 반드시 사람들의 Needs의 변화가 따르게 마련이다. Needs를 정확히 알면 그를 상품화하고 기업화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기술변화에 따라 새로운 Needs가 급속히 파급하는 실례를 우리는 정보산업분야에서 여실히 보고 있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발생하는 신상품의 개발과 시장확대의 파급은 거의 끝이 없을것 같다. 기술개발이 새로운 Needs를 창출하고, 새로운 Needs는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유발한다. 기술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어느 구석의 변화라 할 지라도 그것은 새로운 needs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한다. 자연 환경이 악화하면 그것을 치유하거나 예방하는 시설의 needs가 발생하고 방대한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 노인사회가 되면 그들을 편히 지내게 하는 다양한 물품과 서비스의 needs가 발생한다. 정주영씨는 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의 변화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기회를 포착하였고,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증권 투자로 떼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모든 변화에는 반드시 새로운 needs가 발생하게 마련이니 모든 변화에서 needs를 읽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창조적 환경을 만들어야

 

변화에서 needs를 발견하고 그것을 상업화한다는 것은 창조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창조력은 기업가가 자기자신과 종업원에게 정보 처리능력을 키워 주고 창조의 분위기가 충만한 환경을 만들어 줄 때 비로소 나타날 수가 있다. 그러면 창조성 환경은 어떻게 만들수 있은 것일까? 이점에 관련하여 흥미있는 정보가 있다. 즉 발명과 발견의 역사를 보면 그것들은 반드시 천재나 학자 또는 전문가의 탁상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엉뚱한 사람들에 의하여 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Tom Peters("수월의 열정 Passion for Excellence"라는 Best Seller를 공저한 사람)의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 이름에 값할 만한 어떠한 기술적 혁신이던 그것은 엉뚱한 산업의 엉뚱한 회사의 엉뚱한 부서의 엉뚱한 그룹의 엉뚱한 사람들로부터 엉뚱한 때에 엉뚱한 이유로 엉뚱한 고객관계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견해는 John Jukes의 실증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그는 주장하는데, John Jukes에 의하면 20세기 중에 이루어진 58건의 발명--페니실린에서 Big Pen이라는 볼펜에 이르기까지--을 조사해 보면 그 중 43건이 엉뚱한 때에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졌음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Kodakrome은 2인의 음악가에 의하여 발명되었고, 포항제철에 도입된 연속주조법(Continuous Casting)은 시계공이 발명한 것이고, 세탁용 세제는 염색기술자가 발명해 낸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발명이나 발견은 전문가나 박사들에게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창조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창조 지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된다. 회사내의 소위 QC 활동, 분임토의 또는 제안 포상 제도 등은 이러한 견지에서 바람직한 방법이라 하겠는데, 어쨌든 사원들의 발상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적극적 장려와 함께 회사 조직내에 변화와 혁신에 대한 저항요소를 과감히 제거하는 일도 중요하다. 회사 내에서 어떠한 새로운 착상이나 제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무사안일을 꾀하는 상층부가 그것을 묵살하거나 종업원이 새로운 시도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를 문책하면 창조의 분위기는 깨지고 만다.

 

한편 실험의 반복과 챔피언을 기르는 것이 창조력 향상의 불가결의 요

소가 된다고 한다. 새로운 제안 채택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혁신적 발상이란 무수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가운데에서 우연한 기회에 뇌리에 번뜩이는 것이라면, 실패를 무서워하지 말고 칠전팔기의 실험을 계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경영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Tom Peters는 개량이나 혁신은 그 연구에 몰두하여 미쳐 버리는 괴팍하고 정열적인 일단의 "챔피언"이 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경영의 수월을 이룩하는 열쇠는 경영자가 이러한 챔피언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케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관리자가 직면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이념상의 갈등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보수적 이념과 진보적 이념의 갈등이 있고 따라서 행동의 기준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반기업적 분위기가 강하고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은 마치 돈밖에 모르는 모리배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이것 역시 정보화와 무관하지 않다. 거의 매일 같이 매스미디어가 기업의 비리를 전파하는 반면, 건실한 기업의 업적이나 기업의 역할의 주요성과 애로에 관하여는 크게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는 자유 경제체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민주주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89년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결판이 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면 앞으로 자본주의에 대적할 만한 반대 이념은 없단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사회주의는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시기에는 패배했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다른 형태로 되살아 날 것이다. 그것은 종전과 같은 정치적 독재와 전면적 통제경제의 이념은 버리겠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약점을 비판하는 종래의 노선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점은 오늘날 유럽의 주요국가가 좌파 정권하에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사실상 오늘의 세계경제에는 문제가 많다. 1950년 이래 세계 생산은 5배가 늘었지만 사람들의 지나친 과소비는 지구상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었고, 생산의 비약적 증가에 불구하고 절대 빈곤은 증가하였고, 대량 실업이 만성화하고 있는가 하면 계층간 불평등이 확대되었고, 도덕적 타락과 폭력 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금 정보화를 노래하고 있지만 정보화의 역기능도 큰 문제이다. 비근한 예로 음란물의 전파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길이 없다. 그밖에 여러 가지 난점에 관하여는 다른 논문에서 상론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재론하지 않겠으나 요컨대 이러한 문제들을 과연 종전과 같이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공공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 또는 사회학의 이론은 미개발 상태에 있다. 아마도 경제는 인체와 같은 것이므로 시장의 자동 조절기능을 살려 가면서 사회적 병질을 고쳐 나가는 생물학적 접근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위에서 말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업 행위의 대한 공적 규제이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기업은 주로 시장의 규제를 받고 정부의 규제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장 규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는 공적 규제가 불가피하다. 특히 자연보호, 위생, 안전 그리고 최소한의 도덕률 분야에서 그러하다. 둘째는 관리자는 기업의 리더이자 사회의 리더인 만큼 사회악을 추방하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앞장서면 공적 규제의 범위를 크게 줄일수 있고 자유경제체제를 살릴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 관리자들이 어떠한 행동 기준을 설정하느냐 하는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세계화시대에는 보편적인 가치관이 강조될 것인데 그러나 보편적 가치관의 구체적인 내용은 민족과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령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사가 대등의 관계에 있고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 가치이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대립과 투쟁을 가치(價値) 실현의 수단으로 고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립과 투쟁 대신에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동양적 혹은 한국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관리자와 근로자가 다같이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관리자는 근로자들을 단순히 임금을 받고 노동을 파는 노동자로 보지 말고 그들 각자가 자기의 직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그를 통하여 타고난 자기를 실현하고 성취에 보람을 느끼는 인격체임을 알아야 하고 근로자들은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기업을 이해하고 事理와 분별을 존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점에 관련하여 노사일체의 유대감에서 말단 근로자의 애사심과 상상력이 한 회사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실화를 소개하고 나의 말을 끝내려 한다. 1980년대에 일본NEC의 구마모토 공장에서는 컴퓨터 "칩"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 공장에서는 다른 공장에 비해 제품의 불량률이 높은 것이 문제 였다. 공장장이 제아무리 종업원들에게 호소해도 이 사태는 개선되지 않았고 도무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그 공장의 공원인 18세의 소녀가 출근길에 기차길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가 질주하니까 땅이 울린다. 그때 그 소녀의 머리 속에 번개같이 생각이 떠올랐다. "아, 이 진동 때문인지 몰라!" 그는 공장에 도착하자 마자 자기의 느낌을 윗사람에게 보고했고, 드디어 그 보고는 사장에 까지 전달되었다. 결국 회사 간부는 이 진동을 차단하기 위하여 기차 선로와 공장사이에 큰 도랑을 파고 거기에 물을 채우기로 결정하였다. 과연 그 후부터 땅의 진동이 차단되어 이 공장의 불량률은 표준율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일본의 이사하라 신타로가 쓴 "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이라는 조그마한 책자에서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생산성 경쟁력이 미국에 비하여 높은 이유를 이와 같은 근로자의 태도, 나아가 노사일체의 경영방식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것이 보편적 가치의 동양적 특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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