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정주 詩
문둥이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 오고,
네발굽을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치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귀촉도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 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머리털 엮어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봄
복사꽃 피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오는 하늬 바람
위에 혼령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아무 병도 없으
면서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대낮
따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붉은 꽃밭 사이 길이 있어
아편 먹은 듯 취해 나자빠진
능구렁이 같은 등어릿길로
임은 달아나며 나를 부르고...
강한 향기로 부르는 코피
두 손에 받으며 나는 쫓느니
밤처럼 고요한 끓는 대낮에
우리 둘이는 왼몸이 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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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1915년 전북 고창 출생. 호는 미당. "시건설"에 (자화상)을
발표하여 시작 활동을 했으며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시인부락' 동인으로 이른바 대담한 육욕과 천민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시의 한 봉우리를 이룬 그는 생명파 시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는 "화사집" "뀌촉도" "신라초" "동천" "질마재 신화" "떠돌이의
시" 등이 있으며, 그밖에 많은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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