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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정지용 作 임종, 갈릴레아 바다, 그의 반, 다른 한울

올드코난 2010. 7. 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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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정지용 詩

  
 
임 종


나의 임종하는 밤은

귀또리 하나도 울지 말라.

 

나종 죄를 들으신 신부는

거룩한 산파처럼 나의 영혼을 갈르시라.

 

성모취결레 미사때 쓰고 남은 황촉불 !

 

담머리에 숙인 해바라기꽃과 함께

다른 세상의 태양을 사모하여 돌으라.

 

영원한 나그네ㅅ길 노라로 오시는

성주 예수의 쓰신 원광 !

나의 영혼에 칠색의 무지개를 심으시라.

 

나의 평생이오 나종인 괴롬 !

사랑의 백금 도가니에 불이 되라.

 

달고 달으신 성모의 이름 부르기에

나의 입술을 타게 하라.

 

 

  갈릴레아 바다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는

미한 풍경을 이룰 수 없도다.

 

예전에 문제들은

잠자는 주를 깨웠도다.

 

주를 다만 깨움으로

그들의 신덕은 복되도다.

 

돛폭은 다시 펴고

키는 방향을 찾었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주는 짐짓 잠자신 줄을-.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탄식은 깨달었도다.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러워-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여지며

구비 구비 돌아나간 시름의 황혼길 우-

-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 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다른 한울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었으나

그의 안에서 나의 호흡이 절로 달도다.

 

물과 성신으로 다시 낳은 이후

나의 날은 날로 새로운 태양이로세 !

 

뭇사람과 소란한 세대에서

그가 다맛 내게 하신 일을 지니리라 !

 

미리 가지지 않었던 세상이어니

이제 새삼 기다리지 않으련다.

 

영혼은 불과 사랑으로 ! 육신은 한낱 괴로움.

보이는 한울은 나의 무덤을 덮을 뿐.

 

그의 옷자락이 나의 오관에 사모치지 않었으나

그의 그늘로 나의 다른 한울을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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