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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정지용 作 불사조, 나무, 은혜, 별

올드코난 2010. 7. 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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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정지용 詩


 
불사조

 

비애 ! 너는 모양할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않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행복)이 너를 아조 싫여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을 차지하였더뇨?

비애 ! 오오 나의 신부 ! 너를 위하야 나의 창과 웃음

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도 보지 못하였노라.

 

스사로 불탄 자리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야 ! 너의 불사조 나의 눈물이여 !

 

 

  나무

 

얼골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우로 !

어느 모양으로 심기어졌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

이여 !

 

오오 알맞는 위치 ! 좋은 우아래 !

아담의 슬픈 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적은 연륜으로 이스라엘의 이천년을 헤였노라.

나의 존재는 우주의 한낱 초조한 오점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박히신 발의 성혈에 이마를 적

시며-

 

오오 ! 신약의 태양을 한아름 안다.

 

 

  은혜

 

회한도 또한

거룩한 은혜.

 

깁실인 듯 가느른 봄볕이

골에 굳은 얼음을 쪼기고,

 

바늘 같이 쓰라림에

솟아 동그는 눈물 !

 

귀밑에 아른거리는

요염한 지옥불을 끄다.

 

간곡한 한숨이 뉘게로 사모치느뇨?

질식한 영혼에 다시 사랑이 이실나리도다.

 

회한에 나의 해골을 잠그고져.

아아 아프고져 !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 듯, 솟아나 듯,

불리울 듯, 맞어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 처럼 이는 회한에 피여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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