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고전) 황조가 - 작품설명, 해석

올드코난 2010. 7. 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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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조 가

 

 

翩翩黃鳥     펄펄 나는 꾀꼬리는

 

雌雄相依     암수 서로 놀건마는

 

念我之獨     외로운 이 내 몸은

 

誰其與歸     뉘와 함께 돌아갈꼬

 

작자 - 고구려 제2대 유리왕

4 4구의 한역시

주제 - 사랑을 잃은 슬픔

 

의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서정시

    집단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

표현 - 자연물을 빌려 우의적으로 표현. 대조, 의태법

자연과 인간 사이의 대비 관계가 주는 시적 효과 - 꾀꼬리라는 자연물을 통해서 작자의 감정을 우의적으로 표현하여, 세련미를 더해 주고 있다

 

꾀꼬리의 상징성

    정답게 서로 사랑하는 자연물

    실연의 아픔을 깨닫게 하는 존재

    과거를 회상하게 해 주는 매개체

    님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시키는 존재

서정적 자아의 외로운 심정이 집약된 구절 - 뉘와 함께 돌아갈꼬

 

구지가와 황조가의 비교

구지가는 주술적 성격을 띤 집단적 의식요인데 대해서 황조가는 개인의 서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의 운명과 관계되는 노래들은 서사적인 성격이 강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한 작품들은 서정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구지가는 집단가요(민요)이면서 오랜 세월 동안 민간에 전승되었고 황조가는 중국의 詩經 작품 중 하나에서 운을  빌려 그대로 지은 복사제품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구지가가 질박한 형식을  띠고 있고 황조가는 세련되게 정제된  형식을 지닌 것을 볼 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경설화

 

고구려 제 2대 유리왕이 즉위 3년에 왕비 송씨가 세상을  떠나자, 화희와 치희의 두 여자를 계비로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가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두 여인 사이에 큰 싸움이 일어났는데, 화희가 치희에게 "너는  한나라에서 온 천한 계집의 몸으로 어찌 이렇게 무례하게 구느냐"고 꾸짖었다. 이에 치희는  부끄럽고 분해서 제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뒤늦게 왕이 말을 달려  치희를 찾아 나섰으나 만나지 못했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쌍쌍이 노니는 꾀꼬리를 보고 이 노래로써 외로움을 읊었다.

 

 

황조가에 대한 여러 견해

 

이병기 - 원시적 서사 문학 가운데서 축수  또는 기원의 요소적인 부분이 분화 독립하여 서정시로 형성되었는데, 황조가도 그 한 예이다.

 

임동권 - 고구려의 민요로서 유리왕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가창했을 따름이다.

 

정병욱 - 이 노래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전하는 제례의식  중에서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불려진 사랑가의 한 토막이다.

 

이명선 - 유리왕의 치희에 대한 개인적인 미련에서  불려진 것이 아니라 종족 간의 상쟁을 화해시키려다 실패한 추장의 탄식이다.

 

전래되던 애정의 노래가 유리왕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철, 박태상, 고전시가강독, 한국방송통신대학 출판부, 1990)

 

유리왕 대의 시대적 상황과 연관시켜 살피는 견해-  유리왕 때 나라 안팎에 시련이 많았다고 한다. 부여와의 싸움이 격화되면서 벌어진 위기는 아직  국력이 약했던 탓이라고 돌릴 수 있으나, 내부적인 시련은 따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명 태자가 죽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여기서 보듯이 화희와 치희의다툼도 일어났으며,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왕비 사이에 오해의 장벽이 생겼다. 시련의  근본적인 이유는 신화적인 질서가  무너지면서 가치관의 전반적인 혼란이 일어난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자아와 세계의 동질성이 흔들렸으므로 유리왕은 사태를 바로 이해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자기 고독을 생각하며 일방적인 사랑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불러도 해결이 없는 노래이니, 이것이야말로 서정시가 되고 말았다.(조동일, 한국문학통사,지식산업사,1988)

 

 

당초 국어로 된 노래였던 것이  뒤에 한시로 번역되었으리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혹 후대의 호사가의 위작이라는 등 작자에 대한 시비가  없지 않으나 이 한 편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온 고대 서정시로서,  개인적인 연애 감정을 꾀꼬리에  의탁하여 표출한 작품으로 왕의 위엄이나 권위가 조금도느껴지지 않으며, 오로지 여인을 그리워하는 한 사나이의 내면세계가 자연스럼게 드러나 있을 뿐이다.(황패강, 윤원식, 한국고대가요, 1991, 새문사)

 

 

감상

 

 이 노래의 소재는 '꾀꼬리'라는 자연물이고 주제는 사랑하던 짝을 잃은 외로움과 슬픔이다. ,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라는 자연물에  의탁하여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찍이 유리왕은 아버지를 이별하고 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어머니곁을 떠나 남방으로 방랑하게 되었고, 끝내는 왕비까지 잃게 되어 화희와 치희 두 계비를 맞이하는 등, 애초부터 정에 굶주리고 있었다. 이러한 그가 두 계비 간의 사랑  싸움으로 치희를 잃게 되자 인생의 무상감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때마침 정다운 모습으로 펄펄 나는  한 쌍의 꾀꼬리는 두 계비의 시샘과 자신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그 비애감을  한층 더하게 하였으니, 이 시의 모티프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허탈에 빠진 왕은 나무 그늘에 무심히 앉아 있었다. 때 마침 나뭇가지에는 황금빛 꾀꼬리 한 쌍이 서로 부리를 맞대고 정답게  놀고 있었다. 무슨 사랑의 이야기나 나누는 듯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왕은 그 순간 과거의 그 즐거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더욱 뼈저리는 고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짤막한  한 편의 노래에서 우리는 왕으로서의 유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유리왕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그에게서 따뜻한 정감이 흐르는 훈훈함을 맛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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