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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공중인 作 설야의 장

올드코난 2010. 7. 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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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공중인 詩


설야의 장

 

  새하얀 장미의 탄식과도 같이

  눈 내리는, 마리아의 밤!

 

  옛날의 그이를 사모쳐

  새하얀 공간에 가득히

  그려 놓은 새하얀 그림들이

  일시에 무너지듯이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가 없는 추억을 묻히고

  밤을 묻히고, 청춘이 작별한

  나의 마음을 묻힌다.

  밤이 새도록 쉴 새 없이

  머언 그이의 사라진 발자욱처럼

 

  꽃과 나비와 낙엽들의

  쓰러져 하염없는 사연처럼

  눈은 내 고독의 숲을 내려 쌓인다.

 

  - 이러한 밤에

  예수는 태어났는가!

  바람들이 남기고 간

  이 새하얀 영원의 여백.

 

  하늘과 땅이 융합하는

  그 설백한 사랑의 노래는,

  그지없는, 운명을 우는

  나의 혼을 갈앉히우며

  세계를 덮는다.

  ... 눈 내리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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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공중인. 1923 - 1966. 소개 설명

호는 서양. 필명은 시예리, 운서, 공화이다.<시탑>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시집으로
<무지개>(195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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