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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공중인 詩
설야의 장
새하얀 장미의 탄식과도 같이
눈 내리는, 마리아의 밤!
옛날의 그이를 사모쳐
새하얀 공간에 가득히
그려 놓은 새하얀 그림들이
일시에 무너지듯이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가 없는 추억을 묻히고
밤을 묻히고, 청춘이 작별한
나의 마음을 묻힌다.
밤이 새도록 쉴 새 없이
머언 그이의 사라진 발자욱처럼
꽃과 나비와 낙엽들의
쓰러져 하염없는 사연처럼
눈은 내 고독의 숲을 내려 쌓인다.
아- 이러한 밤에
예수는 태어났는가!
바람들이 남기고 간
이 새하얀 영원의 여백.
하늘과 땅이 융합하는
그 설백한 사랑의 노래는,
그지없는, 운명을 우는
나의 혼을 갈앉히우며
세계를 덮는다.
... 눈 내리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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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공중인. 1923 - 1966. 소개 설명
호는 서양. 필명은 시예리, 운서, 공화이다.<시탑>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시집으로 <무지개>(195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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