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이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 어리는 형역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처럼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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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석초. 1909 - 1976. 소개 설명
충남 서천 출생. 본명은 응식이며 일본 호오세이 대학에서 수학했다. 1935년 <자오선> 동인으로 시를 쓰기 시작, 한때 발레리에 심취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신석초시집> <바라춤>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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