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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김광섭 作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

올드코난 2010. 7. 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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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섭 詩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인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꽈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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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섭. (1905 – 1977) 소개 설명

함북 경성 출생. 호는 이산.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일제때 반일 혐의로 4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애탄하며 많은 글을 남긴 그는 <극예술 연구회>에도 참가. <서울시문화상>(1957), <국민훈장 모란장>(1970), <예술원장상>(1974)을 수상했으며 <동경> <마음> <해바라기> <성북동비둘기> <반응>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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