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용철 詩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미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고향
고향은 찾어 무얼 하리
일가 흩어지고 집 흐너진대
저녁 까마귀 가을풀에 울고
마을 앞 시내로 옛자리 바뀌었을라.
어린 때 꿈을 엄마 무덤 위에
남겨두고 떠도는 구름 따라
멈추는 듯 불려온 지 여남은 해
고향은 이제 찾어 무얼 하리.
하늘 가에 새 기쁨을 그리어보랴
남겨둔 무엇일래 못 잊히우랴
모진 바람아 마음껏 불어쳐라
흩어진 꽃잎 쉬임 어디 찾는다냐.
험한 발에 짓밟힌 고향생각
-아득한 꿈엔 달려가는 길이언만-
서로의 굳은 뜻을 남께 앗긴
옛 사랑의 생각 같은 쓰린 심사여라.
눈은 내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내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하므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임이여 설운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은 내리어
우리 함께 빌 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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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용철. 1904 - 1938. 소개 설명
전남 광산 출생. 호는 용아. 일본 동경 외국어대 독문과와 연희전문학교를 중퇴했다. 1930년 김영랑, 정지용 등과 함께 시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했고 이어 <문예월간>과 순수 문예지 <문학>을 창간하여 태서문학파의 문학운동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박용철 전집> 전 2권이 1940년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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