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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박용철 作 떠나가는 배, 고향, 눈은 내리네

올드코난 2010. 7. 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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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용철 詩 

떠나가는 배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미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고향

 

  고향은 찾어 무얼 하리

  일가 흩어지고 집 흐너진대

  저녁 까마귀 가을풀에 울고

  마을 앞 시내로 옛자리 바뀌었을라.

 

  어린 때 꿈을 엄마 무덤 위에

  남겨두고 떠도는 구름 따라

  멈추는 듯 불려온 지 여남은 해

  고향은 이제 찾어 무얼 하리.

 

  하늘 가에 새 기쁨을 그리어보랴

  남겨둔 무엇일래 못 잊히우랴

  모진 바람아 마음껏 불어쳐라

  흩어진 꽃잎 쉬임 어디 찾는다냐.

 

  험한 발에 짓밟힌 고향생각

  -아득한 꿈엔 달려가는 길이언만-

  서로의 굳은 뜻을 남께 앗긴

  옛 사랑의 생각 같은 쓰린 심사여라.

 

 

     눈은 내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내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하므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임이여 설운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은 내리어

  우리 함께 빌 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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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용철. 1904 - 1938. 소개 설명

전남 광산 출생. 호는 용아. 일본 동경 외국어대 독문과와 연희전문학교를 중퇴했다. 1930년 김영랑, 정지용 등과 함께 시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했고 이어 <문예월간>과 순수 문예지 <문학>을 창간하여 태서문학파의 문학운동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박용철 전집> 2권이 1940년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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