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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인 김영랑 作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오매 단풍 들것네, 내 마음을 아실 이

올드코난 2010. 7.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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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영랑 詩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어느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르러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은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매 단풍 들것네

 

  <-매 단풍 들것네>

  장광은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래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매 단풍 들것네>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우리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뜨리지.

 

  !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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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영랑 (1903 – 1950) 소개 설명

전남 강진 출생. 본명은 윤식이며 동경청산학원에서 수학했다. <시문학> 동인으로 정지용, 박용철과 작품을 발표하였던 그는 언어의 리듬을 시의 제의적인 것으로 주장, 우리에게 알려진 서정시인이다. 해방 후의 작품들은 당시 상황에 비춘 작품들을 밢표했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작품들은 고향의 미를 추구한 것으로 예술지상주의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6.25 동란 때 포탄의 파편으로 변사. 시집으로 <영랑시집>(1935), <영랑시선>(1956)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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