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주동 詩
산길
1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호울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 없이
밤에 호올로 산길을 간다.
2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3
꿈같은 산길에
화톳불 하나.
(길 없는 산길은 언제나 끝나리)
(캄캄한 밤은 언제나 새리)
바위 위에
화톳불 하나.
산 넘고 물 건너
산 넘고 물 건너
내 그대를 보려 길 떠났노라.
그대 있는 곳 산 밑이라기
내 산 길을 토파 멀리 오너라.
그대 있는 곳 바닷가라기
내 물결을 헤치고 멀리 오너라.
아아, 오늘도 잃어진 그대를 찾으려
이름 모를 이 마을에 헤매이노라.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이 나랏 사람은
마음이 그의 옷보다 희고,
술과 노래를
그의 아내와 같이 사랑합니다.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착하고 겸손하고
꿈많고 웃음 많으나,
힘없고 피없는
이 나랏 사람-
아아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이 나랏 사람은
마음이 그의 집보다 가난하고
평화와 자유를
그의 형제와 같이 사랑합니다.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외로웁고 쓸쑬하고
괴로움 많고 눈물 많으나,
숨결있고 생명있는
이 나랏 사람-
아아 나는 이 나라 사람의 자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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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양주동 (1903 – 1977) 소개 설명
개성 출생. 호는 무애. 와세다대학 불문과 졸업.<금성>지와 <문예공론>을 발간하면서 ‘조선의 맥박’등 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 대체로 시인 비평가로서의 그의 문단활동은 1922 - 1935년 경까지이며 그 뒤는 향가의 해독과 고려가요의 연구 등 국문학 연구에 전심했다. 그의 시세계의 특징은 민족꽈의 정신적 연대성, 그리고 가요적인 서정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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