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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지용 作 - 백록담

올드코난 2010. 7. 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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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詩

백록담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된다.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위에서 모가

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처럼

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

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처

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

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엄고란, 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앟는 한모롱이, 도체비꽃 낮

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여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

길 백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어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읜 송아지는 움매-움매- 울었다. 마을 보

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회파람새 회파람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구르는 소

,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 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는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

넌출 기여가 흰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

아롱점말이를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출 석용

별과 같으 방울을 달은 고산식물을 새기며 취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여 산맥 우에서 짓

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

개에 말리우면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

.

 

    9

  가재도 기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겨온 실구름 일말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

차 잊었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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