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서평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 망원경 자명종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서양 문물 수용사 (저자 강명관)

올드코난 2017. 4. 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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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왜 근대 국가들에게 뒤쳐졌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리학에 집착해 과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들에 대한 멸시가 아니었을까. 지금 소개하는 책은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강명관 지음)으로 조선 후기 서양으로부터 조선에 들어온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 등의 물건들을 기술했다. 


이 물건들을 보면 뭐가 대단한가? 하는 질문과 아! 조선시대에도 이런 물건들이 들어왔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5가지 물건들은 오늘날에는 너무 흔한 물건이지만 당시로서는 아주 귀했다. 이들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 5가지 물건 중 악기인 양금은 조선사회에서 익숙하고 널리 사랑받게 되었지만, 다른 물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나마 안경은 수요가 많았지만, 유리거울은 사치품이었고, 망원경은 성군이라는 영조마저 싫어했다. 기술과 과학을 천대하고 왕의 권위를 우선시하는 시각에서 영조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안경이나 거울에 쓰여 지는 유리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유리를 만들 수 없는 국가 그래서 유리를 구입해 써야 하는 나라 조선은 산업혁명으로 격변의 시기를 보낸 여러 선진국에 결국 뒤처지고 말았다. 만일 조선이 안경을 처음 봤을 때, 이것을 조선에서 만들어 보자고 했다면, 유리거울을 보고 유리 제조법을 알려고 했었다면, 망원경을 보고 이를 천문학과 항해에 널리 이용할 생각을 했었다면 조선 후기의 역사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기술을 천대했던 조선은 결국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은 분명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의 발전을 이룩했지만, 여전히 기술자와 기능인을 차별한다.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블루컬러 노동자들은 멸시를 받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갈수록 고급 기술 인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서양물건에 현혹되면서도 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을 업신여겼던 어리석은 조선의 사대부와 기득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현대판 사대부들인 한국의 엘리트들이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봤다. 한 번 읽어 보기를 바란다. 


[참고: 저자 강명관]

1958년 부산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석사학위,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문학을 현대의 텍스트로 생생히 살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광범한 지적 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풍속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문학을 쉽게 풀이한 저서들을 다양하게 출간했다. 그는 조선 시대에 지식이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어 유통되는가,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머릿속에 어떻게 설치되어 인간의 사유와 행위를 결정하는가, 그리하여 어떤 인간형이 탄생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공부 중이다. 최근작 ‘열녀의 탄생’과 연계하여, 조선 시대 남성-양반이 그들의 에토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스스로를 의식화했던가,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남성다움, 양반다움으로 남성-양반은 여성, 백성들과 구별 짓고, 우월한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면면을 연구할 계획이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여항문학 연구』『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조선의 뒷골목 풍경』,『근대 계몽기 시가 자료집』,『안쪽과 바깥쪽』,『공안파와 조선후기 한문학』,『농압잡지평석』,『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열녀의 탄생』, 『시비是非를 던지다』,『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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