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가끔 안진사가 고 선생을 찾아 오셔서 두 분이 고금의 일을 강론하심을 옆에서 듣는 것은 참으로 비할 데 없이 재미있는 일이었다. 나는 가끔 그 선생 댁에서 놀다가 저녁밥을 선생과 같이 먹고 밤이 깊고 인적이 고요할 때까지 국사를 논하는 일이 있었다. 고 선생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예로부터 천하에, 흥하여 보지 아니한 나라도 없고 망해 보지 아니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나라가 망하는 데도 거룩하게 망하는 것이 있고, 더럽게 망하는 것이 있다. 어느 나라 국민이 의로써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망하는 것은 거룩하게 망하는 것이요, 그와는 반대로 백성이 여러 패로 갈라져 한편은 이 나라에 붙고 한편은 저 나라에 붙어서 외국에는 아첨하고 제 동포와는 싸워서 망하는 것은 더럽게 망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