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김구선생 일대기 3. 방랑의 길 옥에서는 나왔으나 어디로 갈 바를 몰랐다. 늦은 봄 안개가 자욱한 데다가 인천은 연전 서울 구경왔을 때에 한 번 지났을 뿐이라, 길이 생소하여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캄캄한 밤에 물결소리를 더듬어서 모래사장을 헤매다가 훤히 동이 틀 때에 보니 기껏 달아난다는 것이 감리서 바로 뒤 용동 마루턱이에 와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휘휘 둘러보노라니 수십 보밖에 순검 한 명이 칼 소리를 제그럭제그럭 하고 내가 있는 데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길가 어떤 가겟집 함실 아궁이를 덮은 널빤지 밑에 몸을 숨겼다. 순검의 흔들리는 환도집이 바로 코끝을 스칠 듯이 지나갔다. 아궁이에서 나오니 벌써 환하게 밝았는데, 천주교당의 뾰족집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