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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석가탄신일이네요. 3일연휴 잘 보내고 계시나요?
이 연휴에 조금은 아픈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네요
평생 고생만 하셨던 폐지 할머니 그곳은 이곳보다 나을까요?
몇 달전 이사를 하고 한 번도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아서 인지 손이 많이 가더군요.
그리고 이사라고 해봐야 같은 동네입니다.
보증으로 다 잃고 나니 어쩔 수 없이 지금 살고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그나마 같은 동네라 아는 분들이 많아서 적적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제가 얼마나 무심한 사람이었는지 이번에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는 오늘 석가탄신일 덕분에 3일이 휴무죠.
그저께 토요일 몇 달 만에 대청소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오면서 동네 분들에게 쓸만한 가구나, 가전은 주고 못쓰는 것들은 재활용 처리를 하면서 나름대로 줄이고 줄였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워낙에 작고 초라한 곳이라, 지금 짐들도 많더군요.
요즘 많이 힘듭니다.(절대 보증 서지 마세요 -.-)
안 입는 옷들과 물건들을 치우기로 마음먹고 과감히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버릴 것은 당연히 쓰레기 봉투로 넣었고, 재활용 되는 것들은 라면 박스에 차곡이 정리를 했는데, 7박스나 되더군요.
그리고 2박스씩 폐지 할머니 댁으로 운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집 대문 앞에 박스를 내려 놓고 다시 남은 박스를 가지러 가려고 하는데 그 집 주인 아주머니가 내려오시면서 저를 불러 세우더군요.
그리고 조용히 “폐지 할머니 여기 안 계세요”라고 말하시더군요.
순간 놀랐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이사 가셨나요?”
답변을 피하시고 얼마 안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집 앞에 리어카를 손으로 가르키면서 “저기다 놓으시면 되요”
굳이 그 아주머니가 말씀하지 않으셔도 리어카 할아버지는 제가 잘 압니다.
그래서 일단 그곳에 옮기고, 다른 5개 박스 마저 할아버지 리어카 바로 옆에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주 담배를 사는 슈퍼마켓 아줌마에게 담배 한 갑 사면서 할머니 이사 가셨냐고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슈퍼 아줌마가 “여태 몰랐어? 겨울에 죽었잖여!”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슈퍼 아줌마가 “지금 그 집에 이사온 부부는 몰라 아무 말 말어”
이 말에 정신이 바로 들더군요.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몰랐다니.
비록 제가 보증 소송 문제로 1년을 혼자 살다시피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서 가끔 마주치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여태 몰랐습니다.
나는 서울에 살면서 이웃간의 정이 없음을 많이 한탄하고는 했습니다
근데 정작 내 자신은 이웃들에 대한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나 하는 반성을 가끔 합니다.
이번 폐지 할머니 일도 그렇습니다.
나 또한 얼마나 무심한 사람이었나.
가게를 나서는데 항상 그 가게에서 같이 고스톱을 치시는 나이든 아줌마 한 분이 혼잣 말 하듯이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서는 잘 사시겠지”
거기는 천국일까요.
제가 알기로 폐지 할머니는 가족이 안 계셨던 것으로 아는데 장례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더 못 물어보겠더군요.
이제 와서 물어 보는 것 자체가 실례죠.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했으면서 새삼 걱정하는 척 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행동이겠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날따라 어머님의 목소리가 더더욱 애처롭게 들리더군요.
폐지 할머니의 과거는 모릅니다.
그리고 동네 모든 사람들이 그 할머니를 봤지만 대부분 관심도 없었고요.
나 역시 가끔 재활용 품을 할머니 집 대문 앞에 갖다 놨을 뿐 그 할머니와 대화 조차 나눠본 적이 없군요.
제가 그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말은 폐지를 갖다 놨을 때 어쩌다 마주친 날 “아이고 고마워요” 그 한 마디 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님이 지금 계신 그곳은 이곳보다 더 따뜻한 곳이었으면 바랍니다.
아무런 도움도 마음도 주지 못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며 이만 줄입니다.
(여러분 어머님께 전화 한 번 해 주세요…)
글 작성 올드코난
그냥 읽어만 주시고 추천 하지 마세요. 제 자신을 반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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