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사귀고픈 사람, 용접 배우는 L과장!
저의 知人(지인) 중에 대기업 과장 출신인 사람이 있습니다.
편의상 L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몇 년 전 근무하던 회사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명예퇴직’한 사람입니다.
나이는 저와 동갑이라 친구가 되었지만 나이를 먹고 만난 사이라 서로 존칭을 쓰고 L형 이런 식으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제가 L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됨이 참 좋고 성실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출신은 다소 고지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특히 L이 좋은 점은 체면치레를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대기업 과장 이라면 꽤 높은 직함입니다.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지만 매우 서민적이고 큰 욕심 없이 지금은 비 정규직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같이 ‘명예퇴직’한 사람들 중에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만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L은 자신은 사업할 자질이 부족하다며 보수는 적지만 3D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명예퇴직 후 한 달도 안돼 그런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런 그를 처음에는 부인이 무척 못 마땅해 했지만 지금은 남편을 적극 지지하고 오히려 지금은 남편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L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어제 저녁 그와의 유쾌한 술자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점심 때 청와대 비서관 김은혜 씨가 KT 전무 낙하산 발령으로 무척 화가 났고 그에 대한 글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쯤에 L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늙코(늙은코난)씨! 나 시험 봤어 오늘 한잔 합니다!’
저의 블러그의 애독자(^^)이기도 하기에 평소 저를 가끔 ‘코난 씨’‘늙코 씨’라고 애칭 합니다.
L이 말하는 시험은 지난 주 일요일(11월28일)에 치러진 용접 기능사 실기 시험입니다.
L은 9월부터 직업훈련원 야간과정으로 용접을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정말 용접을 배우고 있더군요.
아직도 처음 용접을 시작한 날 전화가 생각나는 군요.
“코난 씨 나 Welding 배워. 하하하 용접”
그때도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어제는 시험 본 이야기로 10시까지 마셨습니다. L과 잘 아는 사람들까지 6명이 정말 간만에 유쾌한 술 자리를 가졌습니다.
시험을 잘 봤나 봅니다. 표정이 정말 밝았습니다.
L은 일명 SKY 대학 출신입니다. 그리고 경영대학원 과정도 밟았고 영어는 의사소통을 할 정도 됩니다. 최상위는 아니지만 상위권 성적은 되었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체면을 버렸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용접을 배우기로 결정한 것은 현재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겁니다.
우선 나이도 있기에 젊은 능력 있는 인재들과 경쟁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이 들고, 무엇보다 어설프게 사업이나 장사를 했을 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얻은 겁니다.
그래서 8월에 직업훈련원에 접수해서 9월부터 야간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10월에 필기 시험 합격을 하고 지난 주 드디어 실기 시험을 봤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큼 시험을 잘 치렀습니다.
저는 L이 정말 대견스럽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퇴직을 한 후 나이가 있어서 또는 체면 때문에 사업(자영업)을 하다 망한 사람을 많이 압니다. 심지어는 집이 경매 처분된 사람도 있습니다.
눈 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L과 명퇴를 한 사람들 중에서 직업 만을 놓고 보면 L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집이 있고, 퇴직금은 펀드나 은행예금에 넣어 두어 꼬박꼬박 이자를 타고 있습니다. 부인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살고 있습니다.
L은 정말 알면 알수록 세상을 잘 알고 수긍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문대, 대기업 과장 출신, 하지만 과거가 얼마나 화려하든 지금은 용접 기능사 시험을 보는 현실적이고 자신을 과대 평가하지 않고 평범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사는 L과 저는 정말 오래도록 친구로 남고 싶습니다. (L과는 반대로 체면과 욕심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김OO선배가 생각나는 군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리고 L과 약속했습니다.
내년에는 저도 용접을 배워서 같이 일하기로.
10시쯤 술 자리가 끝나고 L과 헤어지며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은 비도 오고 안개가 뿌옇게 흐린 밤 거리였지만 마음은 맑았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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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집에 도착하니 술이 깨고 지금 새벽 1시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예약 발행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이웃님들도 안녕히 주무세요~
2010.12.3 새벽1시
늙은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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