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단독주택가에는 연립주택 뿐만 아니라 가끔 마당이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당이 있는 집 중에는 감나무가 있는 집들이 간혹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감을 다 따버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습니다.
근데 간만에 감이 남겨진 감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감나무'에 '감'을 남겨두는 이유, 아시나요?
이틀 전인 일요일에 아시는 분 아들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근처에 있던 어떤 집에서 몇 개의 감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 또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분 들은 감나무에 감을 남겨두는 이유를 잘 아실 겁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잠깐 꺼내 보겠습니다.
제가 국민학교(요즘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아이 때 일입니다. 당시 시골에서 살았고 그때는 유치원은 없던 시절입니다. 시골에는 마당도 있지만 '텃밭'이라고 해서 집에 조그만 밭이 있습니다. 저의 집 텃밭에는 감나무가 2그루 있었습니다.
11월 말 쯤에 잘 익은 감들을 따서 곳간에 보관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꼭대기에 감은 남겨두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다 딸 수 있을 텐데 왜 남겨둘까 저는 궁금했습니다.
집에는 대나무로 만든 사다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시골의 건강한 아이였지만 어린아이 혼자 들기에는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동생과 같이 사다리를 힘들게 운반해 감나무에 조심스레 걸쳐놓고 천천히 올라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 놈 뭐하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할아버님이 웃으시며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감을 따서 할아버지도 드릴께요’
할아버님은 웃으시며 저에게 다가와 사다리에 있는 저를 안고 내려 주셨습니다.
‘따 주시 게요?’
‘이 녀석아 저거는 따면 안돼, 저거는 까치가 먹을 거야’
그렇습니다.
감나무에 감을 남겨두는 것은 바로 새들의 먹이 특히 ‘까치’를 위해 남겨둔 겁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왜 저 맛있게 익은 감을 까치 먹이로 남겨두는 지를.
그 의미를 철이 들어서야 깨달았습니다.
혹시나 길을 걷다 감나무에 남겨진 감을 보시거든 그 집 주인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분명 그 분은 시골 분이거나 고생했던 시기 이웃과 정을 나누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새 한 마리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절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과거 우리 한국인의 참 모습입니다.
한 마리 새 조차도 귀하게 여기던 그때의 따뜻한 情(정)이 그립습니다.
감나무에 달린 것은 감이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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