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카페 프란스, 따알리아, 홍춘

올드코난 2010. 7. 1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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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카페
,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빛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 간다.

 

  *

 

(옹 패롵 서방 ! 꿋 이브닝!)

 

(꾿 이브닝!)(이 친구는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밤에도

경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따알리아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순하여다오.

암사심 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흰 뭇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 나온 따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따알리아.

 

 

홍춘

 

춘나무 꽃 피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아이들 제춤에 뜻없는 노래를 부르고

솜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 졸음조는 마을길에 고달퍼

아름 아름 알어질 일도 몰라서

여윈 볼만 만지고 돌아 오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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