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별, 소곡, 예장

올드코난 2010. 7. 10. 23:55
반응형

정지용



 

창을 열고 눕다.

창을 열어야 하늘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다.

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워 별에서 별까지

해도 없이 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 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갓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아나는 촉불 !

 

찬물에 씻기여

사금을 흘리는 은하 !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썹 기슭에 아스름 항구가 그립다.

 

대웅성좌가

기웃이 도는데 !

 

청려한 하늘의 비극에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이유는 저 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잠재기 노래 엇이도

잠이 들다.

 

소곡

 

물새도 잠들어 깃을 사리는

이 아닌 밤에,

 

명수대 바위틈 진달래꽃

어찌면 타는 듯 붉으뇨,

 

오는 물, 가는 물,

내쳐 보내고, 헤어질 물

 

바람이사 애초 못믿을손,

입맞추곤 이내 옮겨가네.

 

해마다 제철이면

한등걸에 핀다기소니,

 

들새도 날러와

애닯다 눈물짓는 아침엔,

 

이울어 하롱 하롱 지는 꽃닢,

설지 않으랴, 푸른물에 실려가기,

 

아깝고야, 아기 자기

한창인 이 봄ㅅ밤을,

 

초ㅅ불 켜들고 밝히소.

아니 붉고 어찌료.


예장

 

  모오닝 코오트에 예장을 갖추고 대만물상에 들어간 한

장년신사가 있었다  구만물 위에서 알로 나려뛰

었다  웃저고리는 나려가다가 중간 솔가지에 걸리여

벗겨진 채  와이샤쓰 바람에 넥타이가 다칠새라 납족

이 엎드렸다  한겨울 내-흰 손바닥 같은 눈이 나려

와 덮어 주곤 주곤 하였다  장년이 생각하기를 (숨도

아이에 쉬지 않어야 춥지 않으리라)  주검다운 의

식을 갇추어 삼동 내-부복하였다  눈도 희기가 겹

겹이 예장같이 봄이 짙어서 사라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