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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만해 한용운(韓龍雲) – 사랑의 끝판, 꿈이라면, 해당화, 두견새

올드코난 2010. 7. 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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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해 한용운(韓龍雲)의

 
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러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흉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꿈이라면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의 광명도 꿈입니다.

  일체 만법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을 얻겠습니다.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랬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는 꽃을 주워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두견새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다 울면

피를 흘려 운다.

 

이별한 한이야 너뿐이랴마는

울래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된 한을 또다시 어찌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돌아갈 곳도 없는 나를 보고도

'불여귀 불여귀'(不如歸 不如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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