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오월 소식, 이른봄 아침

올드코난 2010. 7. 1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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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오월 소식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 여름이 그립지 아니한
?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나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미 우는 오르간 소리...


이른봄 아침

 

귀에 설은 새소리가 새여 들어와

참한 은시계로 자근자근 얻어맞은 듯.

마음이 이일 저일 보살필 일로 갈러져,

수은방울처럼 동글 동글 나동그라져,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

 

쥐나 한 마리 훔켜 잡을 듯이

미닫이를 살포-시 열고 보노니

사루마다 바람 으론 오호 ! 치워라.

 

마른 새삼넝쿨 새이 새이로

빠알간 산새새끼가 물레ㅅ북 드나들 듯.

 

  *

 

새새끼 와도 언어수작을 능히 할가 싶어라.

날카롭고도 보드라운 마음씨가 파다거리여.

새새끼와 내가 하는 에스페란토는 휘파람이라.

새새끼야, 한종일 날어가지 말고 울어나 다오,

오늘 아침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처럼 외로워라.

 

  *

 

산봉오리-저쪽으로 돌린 푸로우피일-

패랑이꽃 빛으로 볼그레 하다,

씩 씩 뽑아 올라간, 밋밋하게

깎어 세운 대리석 기둥인 듯,

간ㅅ뎅이 같은 해가 이글거리는

아침 하늘을 일심으로 떠받치고 섰다.

봄ㅅ바람이 허리띠처럼 휘이 감돌아서서

사알랑 사알랑 날러 오노니,

새새끼도 포르르 포르르 불려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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