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갑판우, 태극선, 피리

올드코난 2010. 7. 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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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갑판 우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면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

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

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

덕인다.

 

  *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마 죽을라구요

빠나나 껍질로 바다를 놀려대노니,

 

젊은 마음 꼬이는 구비도는 물구비

둘이 함께 굽어보며 가비얍게 웃노니.

 


태극선

 

이 아이는 고무뽈을 따러

흰 산양이 서로 부르는 푸른 잔디 우로 달리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범나비 뒤를 그리여

소스라치게 위태한 절벽 갓을 내닫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내처 날개가 돋혀

꽃잠자리 제자를 슨 하늘로 도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내 무릎 우에 누온 것이 아니라)

 

새와 꽃, 인형, 납병정, 기관차들을 거나리고

모래밭과 바다, 달과 별 사이로

다리 긴 왕자처럼 다니는 것이려니,

 

  (나도 일찍이, 점두록 흐르는 강가에 이 아이를

   뜻도 아니한 시름에 겨워

   풀피리만 찢은 일이 있다)

 

이 아이의 비단결 숨소리를 보라.

이 아이의 씩씩하고도 보드라운 모습을 보라.

이 아이 입술에 깃들인 박꽃 웃음을 보라.

 

  (나는, , 돈셈, 지붕 샐 것이 문득 마음 키인다)

 

반디ㅅ불 하릿하게 날고

지렁이 기름불만치 우는 밤,

모와드는 훗훗한 바람에

슬프지도 않은 태극선 자루가 나부끼다.


피리

 

자네는 인어를 잡아

아씨를 삼을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따뜻한 바다속에 여행도 하려니.

 

자네는 유리 같은 유령이 되어

뼈만 앙사하게 보일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풍선을 잡어타고

화분 날리는 하늘로 둥 둥 떠오르기도 하려니.

 

아모도 없는 나무 그늘 속에서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 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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