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시

시) 정지용 作 - 엽서에 쓴 글, 새빨간 기관차, 밤

올드코난 2010. 7.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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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엽서에 쓴 글

 

나비가 한 마리 날러 들어온 양 하고

이 종이ㅅ장에 불빛을 돌려대 보시압.

제대로 한동안 파다거리 오리다.

-대수롭지도 않은 산목숨과도 같이.

그러나 당신의 열적은 오라범 하나가

먼데 가까운데 가운데 불을 헤이며 에이며

찬비에 함추름 취적시고 왔오.

-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와도 같이.

누나, 검은 이밤이 다 회도록

참한 뮤-쓰처럼 쥬무시압.

해발 이천 피이트 산봉우리 우에서

이제 바람이 나려 옵니다.

새빨간 기관차

 

느으릿 느으릿 한눈파는 겨를에

사랑이 수이 알어질가도 싶구나.

어린아이야, 달려가자.

두뺨에 피여오른 어여쁜 불이 일즉 꺼져 버리면 어찌 하자니?

줄 달음질 쳐 가자.

바람은 휘잉. 휘잉.

만틀 자락에 몸이 떠오를 듯.

눈보라는 풀. .

붕어새끼 꾀여내는 모이 같다.

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새빨간 기관차처럼 달려가자!

 

 

눈 머금은 구름 새로

흰달이 흐르고,

 

처마에 서린 탱자나무가 흐르고,

 

외로운 축불이, 물새의 보금자리가 흐르고...

 

표범 껍질에 호젓하이 쌓이여

나는 이밤, (적막한 홍수)를 누워 건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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